입력 | 2006-11-27

송년회 자리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는, 사업을 꽤 크게 하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 친구 콜레스테롤 수치가 270㎎/㎗이 넘습니다. 체질량지수(BMI)는 30㎏/㎡ 안팎의 비만이며, 술도 꽤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살 빼고 당장 콜레스테롤 약 먹으라”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그때마다 고개만 꺼덕거리는, 말을 지독히도 안 듣는 친구입니다.

이번엔 화를 크게 냈습니다. “고집 피우면 죽는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비만과 고지혈증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아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듣더니 “새 해 들어 한가해 지면 꼭 병원에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도대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인지, 아니면 ‘생명’도 돌 볼 겨를 없이 바쁜 것인지…. 허탈해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송년회 증후군’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피곤해서 죽겠다”고 말합니다. 운동도 안 하는데다 매일 회식과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으니 피곤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죠. 그래서인지 요맘때 “담배를 끊으라” “술을 줄여라” “살을 빼라” “운동을 하라”고 충고하면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새해부터 하겠다” 입니다. 도대체 새해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길래 사람들마다 “새해가 되면…”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일까요?

후배는 새해에도 병원에 가지 않을 확률이 클 것 같습니다. 새해가 됐다고 비만이나 고지혈증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 경각심을 줄 리 만무하며, 새해가 돼도 그 친구 사업은 여전히 바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해부터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해가 됐다고 하루가 26시간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업무 량이 확 줄어 여유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도대체 2005년 12월21일과 2006년 1월1일이 무엇이 다르다고 저마다 오늘 할 일을 새해로 미루는 지 모르겠습니다.

2006년의 건강계획을 2006년이 아닌 오늘부터 실천할 것을 제안합니다. 마무리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참석할 모임도 줄을 이어 도무지 몸을 빼내기 힘든 지금이 건강계획을 실천할 최적의 시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가할 때 운동을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조금만 바빠져도 운동을 중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 시간을 쪼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실천한다면, 그 계획은 웬만한 어려움이 닥쳐도 중단되지 않습니다. 새해의 건강계획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면 그 계획을 오늘부터 실천하십시오.

임호준기자 imho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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