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31

불면증은 아주 흔한 질병이다. 성인의 10~50%에서 겪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0%가 만성적인 불면증을 겪고 있다. 복통의 원인이 가벼운 위염부터 위암까지 다양한 것처럼 불면증도 그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불면증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면 작업 중 실수를 하기 쉬워 재해나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만성 불면증은 불면증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병일 수 있지만 다른 내과적, 정신과적, 수면의학적 질환에 따른 이차적인 증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에 따라서는 수면다원검사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일차성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불면증이 지속되는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리적, 정서적, 인지적 요인과 잘못된 조건 형성 등이 일차적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경우 체온이 1~2도 정도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데 불면증 환자들의 경우 높은 체중심 온도, 혈관의 수축과 관련한 생리적 각성 등이 나타나 자연스러운 수면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불면증 환자들에게 인성검사를 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들 대부분이 화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담아두고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소되지 못하고 안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불면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들은 잠잘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을 느낀다. 환자들은 밤에 잠을 못 자면 낮에 일할 때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해 불안해한다. 이런 걱정은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오늘 밤부턴 잘 잘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늘 밤에도 못 자면 어쩌지’라고 고민하면서 환자 스스로 불면증을 키우는 것이다.

온종일 잠드는 것 때문에 고민하다가 초저녁이 되면 일찌감치 자리 펴고 누워 잘 준비를 한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뇌를 각성시켜서 자연스럽게 잠드는 일 자체를 방해하게 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불면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우선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다.
약물치료는 신속한 증상의 호전을 가져오지만 내성, 의존성, 반동성불면증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오는 반면 비약물치료는 약물치료에 비해 지속적인 효과를 가진다.

불면증의 비약물치료에는 행동치료와 광치료 등이 있다. 일차성 불면증일 경우에는 행동치료가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으로 여겨지며, 이차성 불면증의 경우에도 보조적인 치료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행동치료는 입면잠복기를 단축시키는 효과가 더 강력하며, 치료 효과 또한 장기간 지속된다. 행동치료에는 긴장이완법, 자극조절법, 수면제한법, 수면 위생 교육 등의 방법이 있다.

①긴장이완법 : 불면증 환자들은 낮이건 밤이건 늘 긴장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수면을 스스로 막고 있다. 긴장이완법은 하루 일과 동안에 쌓일 긴장도를 최소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법이다. 초기에는 환자가 하루 두 번 연습을 하며, 그 중 한 번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불면증 치료 중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효과도 좋은 편이다. 긴장을 이완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사용된다.
―바이오피드백 : 최근에는 근전도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한 이완요법이 많이 사용된다. 수면 클리닉 안에 있는 근전도기계를 통해 전두근frontalis muscle의 긴장도가 측정되는데, 이때 측정된 자료를 환자가 보면서 심호흡 등을 통해 긴장도를 낮추는 것이다. 컴퓨터 화면에서 근육의 긴장 정도를 환자가 직접 보고 스스로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가장 긴장이 잘 되는 상황을 환자 스스로가 인지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방법을 반복하면서 환자들은 긴장을 이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어떤 행동이 긴장을 이완시키고, 어떤 행동은 긴장을 높이는지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치료 기간은 환자가 목표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명 상 : 인지적 각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명상, 유도영상guided imagery 등과 같은 방법들도 긴장을 이완하는 방법이다. 매일 집에서 20분간 연습하면 수주일 후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점진적 근육이완법 : 신체 일부분의 근육을 점차적으로 이완시켜 근육의 긴장도를 줄여주는 방법이다. 눈을 감고 한쪽 팔 혹은 다리부터 서서히 힘을 주고 난 뒤 그 느낌을 확인한 후 스스로 힘을 쭉 빼고 긴장을 푼다. 같은 방법으로 신체의 각 부분의 긴장을 풀어준다.
―복식호흡 근육이완법 : 복식호흡 근육이완법은 환자가 편안히 앉아 있는 상태에서 한손은 가슴에 대고 다른 한손은 배 위에 댄 상태에서 숨을 들이쉴 때 배만 나오고 내쉴 때도 배만 나오도록 호흡을 해 근육의 긴장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가장 손쉽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어 아주 많이 시행되는 방법이다. 숨을 들이쉴 때 배가 천천히 나오도록 5초간 공기를 흡입한 후 숨을 5초간 참는다. 그런 후 호흡을 내쉴 때는 천천히 여덟까지 세면서 내쉰다. 잡념이 없는 편안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한번 할 때마다 5~10분간 하루 2~3차례 시행하고 자기 전에 해도 큰 효과가 있다.
여러 가지 긴장이완요법 중 본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택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②자극조절법 : 자극제어요법의 기본 개념은 잠자리나 침실이라는 환경적 자극과 취침시간이라는 시각적 자극, 그리고 잠자리에서 걱정을 하거나 책을 보는 것 혹은 텔레비전을 보는 등의 수면에 부적합한 행동들 사이에서 발생한 부적응적인 조건이 불면증의 한 원인이라는 전제하에 시행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침실에서 환자에게 수면을 유도하지 않거나,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에 몰두하지 말 것, 잠이 올 때만 잠자리에 들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자극조절법은 다음과 같다.
이런 자극조절법을 꾸준히 지키면 잠이 올 때만 침실에 들어가기 때문에 뇌가 수면 환경에 항상성을 유지하게 되어 쉽게 잠들 수 있게 된다. 자극조절법은 치료자와 환자 모두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긴장이완요법이나 수면제한요법과 비교할 때 실천하기 쉬운 것이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③수면제한법 : 잠을 오랫동안 자지 않으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된다는 ‘수면항상성이론’에 기초하여 개발되었다. 아무리 잠을 못 자는 사람도 오랫동안 잠을 못 자게 고문을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잠을 자게 될 것이다. 잠은 자려고 노력하는 순간 각성이 되므로 노력해서는 절대로 잘 수가 없다. 잠을 못 자게 하면 잠들기 위해 하는 노력이 줄면서 뇌의 각성도 줄어 오히려 쉽게 잠들 수 있게 된다.

④수면 위생 : 일차성 불면증이든 다른 원인에 의한 불면증이든 수면 위생은 수면에 분명히 영향을 주고 있다. 수면 위생이 적용되는 기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주기 리듬과의 관련성이다. 수면을 취하려는 경향은 이전 각성상태의 양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주요 수면(대부분의 사람에서는 야간수면)을 취한 지 8~12시간 후 수면을 취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시기 동안 10~15분이 초과된 수면을 취하면 이후의 야간수면의 질적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내적 시계는 여러 가지 생리적, 환경적 영향을 받으면서 고정되는데 일정한 수면 시간, 규칙적인 취침 및 기상 시각, 각성 후 적절한 양의 운동과 빛의 노출이 중요하다. 따라서 긴 시간 동안의 낮잠, 특히 이른 저녁의 낮잠은 피해야 한다. 수면 시각을 일정하게 하고 낮잠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나이와 수면 위생과의 관련성이다. 인간은 대략 45세가 넘으면 수면의 효율이 떨어지고 자다가 깨는 횟수가 증가한다. 수면에 영향을 주는 질환(수면무호흡증, 주기성 사지운동증후군 등)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양질의 잠을 잘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옛날에는 잠을 잘 잤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게 되는 생리적인 변화를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수면 중의 각성과의 관련성이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두워야 되며, 애완견 등에 의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침실은 오직 잠자는 곳이어야만 한다. 성행위는 사람에 따라서 각성을 유발하기도 하고, 졸음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만약 성행위가 각성을 유발한다면 수면을 취하기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끝내야 한다.
침실에서 각성을 유발하는 또 다른 자극제는 ‘잘 보이는 시계’다. 자다가 일어나서 남은 시간을 걱정하면서 시계를 보면 각성이 증가된다. 불면증 환자에게 ‘시계’는 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물과의 관련성이다. 카페인은 수많은 연구에서 수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야간 수면에서 각성을 증가시키며, 전체 수면 시간을 감소시킨다.
알코올은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 흔히 자가 처방되는 약물이다. 그러나 알코올 역시 수면의 적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면서 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자다가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지며, 각성이 증가한다. 이런 영향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제로로 된 지 2~3시간 후에도 여전히 지속된다. 게다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므로,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은 알코올, 진정제 계통의 수면제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니코틴 역시 카페인과 비슷한 영향을 주므로 금해야 한다. 니코틴은 혈중 농도가 낮을 경우에는 약간의 전정, 이완작용을 하지만 농도가 높을 경우 각성을 유발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자다가 깨서 담배를 피울 경우 진정작용보다는 각성작용이 신속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⑤약물치료 : 불면증 치료에 있어서 가정 간편하고, 신속하며, 경제성이 있는 치료가 약물치료지만 약물의 남용, 의존, 금단작용 등의 단점이 있다. 그러나 단기성 불면증, 즉 갑작스런 스트레스, 정신적 긴장, 환경적 요인 등의 원인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는 약물치료를 받아 만성 불면증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때 앞에서 언급했던 행동치료를 함께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일단 만성 불면증이 되면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수면제 복용을 두려워 말고 전문의와 상담한 후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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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인생을 바꾼다

[서울스페셜수면의원]
한진규 원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전공의 수료
국립나주정신병원 신경과 과장
국립보건원 뇌신경질환과 연구원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수면 전임의
미국 수면전문의 자격취득-신경과 최초
싱가폴 수면학교 강사 역임
고려대학교 신경과 교수 역임
대한수면연구회 학술이사
한국수면학회 이사
현 서울수면센타 소장

한진규원장의 올바른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