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에게 '재발성 호흡기유두종' 생겨 백신 접종 통해 HPV 감염 예방해야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만 알려졌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생식기 사마귀, 질암과 같은 생식기 질환의 위험요인도 되고 있다. 호주 웨스트미드병원 부인암전문의 웨인 박사는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국제감염학회 발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현재 HPV를 보유한 환자는 6억30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여성 인구의 80% 이상이 일생에 한번 이상 감염된다"며 "HPV에 감염되면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이 중 일부는 계속 인체에 남아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질암, 남녀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구강암 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웨인 박사는 특히 100가지 이상 존재하는 HPV 중 자궁경부암 원인인 16형·18형 이외에 HPV 6형·11형은 치료가 힘든 생식기 사마귀 발병 요인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감염 후 바로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생식기 사마귀는 생식기나 항문 주위 피부와 점막에 사마귀처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치료도 쉽지 않고 치료해도 재발이 잘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 생식기 사마귀 환자는 남성 2만773명, 여성 2만3798명이었다. 이는 남성 10만 명당 88.5명, 여성 10만 명당 100.9명이다. 드러내기 부끄러워 치료를 숨기는 환자까지 합치면 생식기 사마귀 환자수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10만 명 이상 될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산한다. 웨인 박사는 "생식기 사마귀는 본인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2세에게도 영향을 준다"며 "질환을 가진 산모가 분만 시 아이에게 수직 감염시키면 영아의 호흡기에 사마귀가 생겨 수술이 불가피한 '재발성 호흡기유두종(RRP)'이 생길 수도 있으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 전세계에서 자궁경부암 위험이 가장 높은 대륙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한해 50만 명의 신규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 중 아시아 국가별 신규 자궁경부암 발생건수는 ▲인도 13만2000명 ▲중국 4만5689명 ▲인도네시아 1만5050명 ▲일본 7772명 ▲태국 6243명 ▲한국 4949명 ▲북한 2150명 등으로 신규 환자의 45~50%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 페낭의대 쿠마라사미 교수는 "전 세계 290만 명에 이르는 자궁경부암 환자 중 아시아 지역에만 130만 명이 분포돼 있고, 4분마다 한 명씩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며 "한국은 의료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은데, 백신 접종을 통해 HPV 감염을 미리 방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