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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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잘못된 의학 상식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수많은 환자의 걸음을 바로잡으며 마주했던 해묵은 오해들을 '의학'이라는 나침반을 통해 하나씩 바로잡아 보고자 한다.여름철 수술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계절에 대한 오랜 미신이다. 냉방·위생 시설이 열악했던 과거의 기억이 무의식중에 남아 '여름 수술은 염증이 잘 생긴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 수술 계절과 감염 발생률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 최근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나 족부 중점 병원의 수술실은 항온·항습을 완벽히 통제하는 클린룸 체제로 운영한다. 특히 연세건우병원과 같은 신축 병원은 외부 미세 입자와 세균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무균양압 공조설비(HEPA 필터 시스템)를 갖추고 있다. 환자들 역시 쾌적하게 통제된 병동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회복 과정을 거친다. 수술 후 감염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인자는 환자의 기저질환과 면역력, 의료진의 임상 경험과 숙련도다. 오히려 심한 통증을 억지로 참아가며 가을이나 겨울로 수술을 미루는 서글픈 인내가 병변을 악화시키고 변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엄지발가락이 외측으로 휘어지는 '무지외반증' 수술을 둘러싼 두려움도 짚어봐야 한다. 과거의 전통적인 술기는 돌출된 엄지발가락 뼈를 깎아내고 옆으로 밀어, 벌어진 각도를 일직선으로 맞추는 데 치중했다. 때문에 광범위한 박리와 골 절제에 따른 통증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달리 현대의 교정절골술은 정렬 복원에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미세 실금을 내어, 골 구조를 보존하면서 원래의 해부학적 위치로 돌려놓는 데 집중한다. 숙련된 족부전문의는 골 절제를 최소화하면서 제1중족골의 위치, 엄지발가락의 회전 변형, 그리고 종자골의 아탈구까지 동시에 바로잡는 '3차원적 교정 개념'을 적용한다.

다만, 최근에는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홍보를 많이 하는 수술법에 현혹되기도 한다. 피부에 작은 구멍만 뚫어 진행하는 최소 침습 교정술이 통증이 적고 합병증도 없다는 맹신이 대표적이다. 물론 절개선이 작아 미용상 우수하고 초기 연부조직 통증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코 만능은 아니다. 의사가 수술 부위를 육안으로 보지 않고 실시간 방사선 투시 조영기 화면에만 의지해 정밀 기구를 조작해야 하므로, 변형이 심한 경우 정밀 교정이 어렵거나 골유합이 지연되는 부정유합, 혹은 재발의 위험이 엄연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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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건우병원 제공
'무지외반증 수술 후 구두를 신으면 무조건 재발한다'는 세간의 공포 역시 이제는 내려놓아도 좋다. 생체역학적 고려 없이 돌출 부위만 깎아내던 과거의 불완전한 방식에서는 신발의 압박이 곧 재발로 이어지곤 했다. 그러나 현대 무지외반증 수술은 변형된 뼈의 정렬 자체를 해부학적 위치로 환원시킨 뒤 견고하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건물의 무너진 기둥을 기초부터 바로 세운 것처럼 구조적 안정성이 복원됐기에, 골유합이 완료되고 회복 기간이 지난 후 구두를 착용한다면 쉽게 재발하지 않는다. 물론 발 건강의 균형을 위해 전족부(앞코)가 지나치게 좁고 굽이 높은 하이힐을 장시간 착용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수술 자체가 구두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까 걱정하는 것은 과도한 기우다.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유행 운동법들을 바라볼 때도 정형외과 의사로서 깊은 우려가 앞선다. 평소 아킬레스건염이 있거나 족저근막의 탄성이 떨어져 팽팽하게 굳어 있는 이들, 혹은 발등이 유난히 높은 요족 환자가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까치발 운동(카프레이즈)을 과도하게 반복하면 아킬레스건과 족저근막에 미세 파열과 과부하를 유발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유행한 '맨발 걷기' 역시 마찬가지다. 신발이라는 보호막과 충격 흡수 장치 없이 딱딱하고 불규칙한 노면을 그대로 딛는 것은 발에 가혹한 부하를 준다.

충격 흡수 능력이 저하된 족저근막염 환자나 중증의 발목 환자들에게는 염증성 통증에 불을 지피는 격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에게 맨발 걷기는 지극히 위험한 도박이다.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해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는 작은 돌멩이나 나뭇가지에 상처가 나도 인지하지 못하며, 이는 국소 허혈 및 세균 감염과 맞물려 '당뇨병성 족부궤양(당뇨발)'으로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 타인에게 명약이었던 운동이 내 발에는 독약이 될 수 있다.

근거 없는 편견에 갇혀 꼭 필요한 치료를 미루는 것 또한 스스로 걸어갈 미래의 가동 범위를 갉아먹는 일이다.

발과 발목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