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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민 병원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활동했다.​/사진=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체코와의 조별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이번 대회는 해발 1600m 이상의 고지대와 고온다습한 환경이라는 변수 속에서 치러진다. 32강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대표팀 뒤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와 회복을 책임지는 의료진이 있다. 2021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활약했던 강남제이에스병원 김나민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을 만나 주치의의 세계와 이번 월드컵의 의학적 변수를 물었다. 김나민 원장은 2014년부터 4년간 빙상 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으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활동했다.

◇국가대표팀 주치의의 세계
-소집 전부터 경기 후까지 주치의의 역할은?
“대표팀 경기 일정이 정해지면 의무팀 업무는 소집 4주 전부터 시작된다. 국내외 선수들의 검사 결과와 컨디션 데이터를 수시로 확인한다. 가장 긴장되는 시기는 입소 직전이다. 모든 선수가 각 팀 최고 에이스들이라 합류 직전까지 쉬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이때 경기에서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날 밤까지 부상 여부와 합류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선수들이 소집되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그동안 서류와 데이터로만 확인했던 선수들의 몸 상태를 직접 점검하며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나 전문 진료를 연결한다. 훈련 후 재활센터에서 선수들의 회복 치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선수까지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하루가 끝나기 때문에 숙소에 들어갈 때면 파김치가 될 정도다.”

-경기 중·후 주치의는 어떤 역할을 하나?
“경기 중에는 골이 들어가든 말든 공과 선수만 본다. 주치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이 발생한 순간이다. 헤딩 경합인지, 태클인지, 혼자 넘어졌는지에 따라 부상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선수가 쓰러지면 달려가는 5~7초 동안 머릿속으로 부상 메커니즘을 정리한다. 현장에서는 MRI 같은 정밀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치는 순간을 포착하고 상태를 판단하는 의사의 경험과 시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주치의가 ‘교체(X)’ 사인을 보내는 순간 감독의 준비했던 전술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결정이 중요하다.

경기 후에도 5분 단위로 짜인 일정에 따라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부상 선수를 관리하느라 바쁘지만, 경기 중처럼 언제 돌발 부상이 발생할지 긴장하는 상황은 아니다. 가장 큰 고비를 넘긴 만큼 마음은 조금 놓이게 된다. 얼음 목욕과 마사지, 회복 치료를 통해 선수들의 근육 피로와 부종을 관리하고, 부상 선수를 분류해 다음 날 검사와 치료 계획을 세운다.”

-감독과 선수 모두 출전을 원하더라도, 주치의가 ‘출전 불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국가대표 경기는 선수들에게 큰 영광이기 때문에 누구도 쉬고 싶어 하지 않는다. 통증을 숨기거나 괜찮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주치의는 선수들의 생활 속에 나무나 그림자처럼 늘 함께 있어야 한다. 밤늦게까지 재활센터를 지키면서 긴장이 풀린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통증이나 불편감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출전 여부를 판단하는 순간만큼은 철저히 냉정해야 한다. 축구에 너무 감정 이입을 해서 선수의 이름값이나 팀 내 비중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판단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최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 상태인가, 둘째는 경기 후 부상이나 통증이 악화될 위험은 없는가이다. 지금 당장은 뛸 수 있어 보여도 경기 후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선수 보호를 위해 단호하게 출전 불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대표팀 주치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일화가 있다면?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한 해외파 선수가 무릎 수술을 하고 불과 4개월 만에 부상에서 복귀했다. 벤투 감독은 선발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복귀 시기가 아니며 이대로 뛰면 부상 위험이 크다고 반대했다. 처음엔 내 의견이 참고만 되고 선수 선발로 굳어지는 듯했으나, 1주일 후 그 선수가 대퇴부 근육 파열로 6주간 결장하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벤투 감독은 의료진의 의견을 더욱 신뢰하게 됐고, 선수들 역시 의료진을 믿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면서도 의료진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지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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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경기 중 쓰러진 손흥민 선수를 살피는 김나민 병원장./사진=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1600m 고지대 월드컵의 변수
-이번 월드컵은 고지대·고온 환경이 변수로 꼽히는데, 실제로 근육 회복이나 부상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나?
“이번 대회처럼 고지대 저산소와 고온다습이 결합된 환경은 심폐지구력뿐 아니라 근육 회복과 부상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소가 부족하면 피로 물질이 빨리 쌓인다. 여기에 고온 환경은 체온 조절을 위해 혈액을 피부 쪽으로 보내기 때문에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은 줄어들어 근육 회복도 더뎌진다. 특히 탈수와 전해질 손실이 커지면서 경기 후반부 근육 경련이나 햄스트링·종아리 근육 파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고지대에서는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도 떨어진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착지하거나 방향을 전환할 때 무릎 관절을 지지하는 근육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인대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이 부상 방지를 위해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첫째는 수분과 전해질 관리다. 선수마다 땀으로 배출하는 나트륨양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전해질 보충 전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지대에서는 호흡량이 늘어 본인도 모르게 탈수가 진행된다. 의학적으로 갈증을 느끼는 순간 이미 탈수가 시작된 상태다. 따라서 갈증을 느끼기 전에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에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타임(쿨링 브레이크)은 선수 보호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제도라고 본다.

둘째는 환경 적응이다. 신체가 고온·고지대 환경에 적응하려면 최소 10~14일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선택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조별리그 경기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환경과 시차가 비슷해 적응에 유리하다. 고지대에서는 공기 저항이 낮아 공이 평소보다 더 빠르고 멀리 날아가는 만큼, 킥과 착지 타이밍 등 경기 감각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중요하다. 미세한 감각 적응이 부족하면 근육에 무리가 가고 부상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특히 피로도가 높아지는 경기 후반부에는 인지력 저하로 인한 발목 꺾임이나 무릎 인대 손상 위험이 커져 균형 감각 훈련도 필요하다.

셋째는 수면과 회복 관리다. 고지대에서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암막, 적정 온도 유지 등 최적의 회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 후에는 얼음 목욕이나 냉각 요법 등을 활용해 체온을 빠르게 낮추고 근육 염증 반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팀이 더 좋은 경기력을 내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이제는 선수가 느끼는 컨디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 의학과 강제적 회복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훈련 중 웨어러블 기기로 심박 변이도(HRV), 심부 체온 등 피로 지표를 실시간 측정하고, 이와 함께 현지에서 간이 혈액 검사기를 통해 젖산 농도와 근손상 지표를 수시로 확인해 개별 회복 일정을 짜야 한다.

전문 인력 지원도 중요하다. 스포츠 영양사를 통해 단순한 식단을 넘어 의학적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 고온 환경에서 손실되는 특정 미네랄과 수용성 비타민을 보충할 선수별 맞춤 보충제를 제공하고, 산소 소모가 많은 고지대 특성을 고려해 탄수화물 고갈을 막는 정밀한 식단 가이드를 운영해야 한다. 또한 고지대 저산소증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와 불안감을 관리할 스포츠 심리 전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시차와 고지대 환경을 고려해 최적의 수면 리듬을 설계해 줄 수면 전문가가 동행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는 이들이 동행한다. 이런 시스템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승부가 갈리는 경기 후반부 체력과 집중력의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생활 체육인을 위한 제언, "통증은 몸의 경고"
-일반인들이 부상 없이 운동을 오래 즐기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습관은?
“엘리트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동호인들에게도 부상 방지는 결국 ‘귀찮음을 이기는 루틴’에 달려 있다. 운동 전에는 가벼운 조깅이나 관절 부위를 크게 돌리는 동적 스트레칭으로 체온을 올리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본 운동 동작을 가볍게 반복해 몸을 준비시키는 것이 좋다. 운동 후에는 천천히 걸으며 심박수를 낮추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회복도 운동의 일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운동 강도는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 결국 부상 예방은 특별한 비법보다 꾸준한 준비와 회복에서 시작된다.”

-어떤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나면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야 하나?
“동호인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운동으로 통증을 이겨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다. 우선 특정 관절이 붓거나 열감이 있다면 내부 염증이나 연골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휴식 중이거나 밤에 통증이 심해진다면 인대나 힘줄 등 구조적 손상 가능성이 높다. 찌르는 듯한 국소 통증이나 압통, 무릎이나 발목에 힘이 빠지며 꺾이는 느낌, 혹은 관절이 무언가에 걸린 듯한 잠김 현상이 있다면 인대나 반월판 손상일 수 있다. 통증과 함께 저림이나 감각 이상, 근력 저하가 동반될 때는 신경 압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운동을 강행하면 만성 손상으로 이어져 평생 좋아하는 운동을 못할 수도 있다.”

-끝으로, 운동을 오래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많은 동호인이 열정 때문에 몸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지만, 지속 가능한 운동의 핵심은 강도가 아니라 몸에 대한 존중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기보다 오늘 내 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운동해야 한다. 한 번의 무리한 운동보다 꾸준한 운동이 훨씬 가치 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