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약史] 잇치

<편집자 주>
우리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유명한 약이라면 효능·적응증 정도는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 설사 모르더라도 약에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읽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효능·적응증 이외의 정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를테면 약 이름에 담긴 뜻이나, 약의 개발 비화, 약을 만든 인물 또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말입니다. [우리 약史]가 이처럼 설명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약의 역사(史)뿐 아니라, 약을 개발한 회사(社)나 약과 관련된 다소 사(私)적인 이야기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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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치 / 동화약품 제공
제약사들은 신제품 개발 못지않게 제형 연구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그도 그럴 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제품이 제형 변화·개선 이후 인기 제품 반열에 오르는 경우들이 왕왕 있기 때문이다. 치약형 잇몸치료제 ‘잇치’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잇치 역시 초창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제형 변화와 함께 전환점을 맞았고, 현재는 해당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순탄치 않았던 ‘잇치’ 개발 과정
“약이 뚝뚝 떨어져서 닦기가 쉽지 않네.”
동화약품에는 ‘잇치’ 이전에 ‘이세탁스’가 있었다. 2000년대 초 일본 제약사로부터 수입한 제품으로, 잇치와 같은 치약형 잇몸치료제였다. 당시 활명수·후시딘·판콜 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동화약품은 새로운 간판 품목이 필요했고, 이세탁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세탁스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경쟁 제품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제형 역시 문제였다. 치약형으로 나온 약인데 칫솔에 붙질 않으니 당최 쓰기가 어려웠다. 내부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이세탁스를 직접 사용해본 경영진은 “약이 뚝뚝 떨어져서 닦기 쉽지 않다”며 제형 개선을 지시했다.

경영진의 한 마디는 잇치의 출발점이 됐다. 개발팀은 치아 세정 기능을 담은 치약 제제와 향을 추가해,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사용감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치약 성분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면 약효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약품 성분만 많이 넣으면 양치 후 개운함이 부족했다. 개운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멘톨과 연마제 첨가량을 늘리는 방법도 있었으나, 잇몸병 환자에게는 그마저도 자극이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름 임팩트 약해” 내부 의견에… ‘이치’에서 ‘잇치’로
개발팀은 외부 치과 전문가에게 한 달에 두 번씩 자문을 구하고, 전 직원이 쓸 수 있도록 회사 화장실마다 시제품을 걸어두며 의견을 받았다. 이후 수없이 조정을 반복한 끝에 약제와 치약의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어렵게 제품을 만들고 나니, 이번엔 작명이 문제였다. 당시 제품이 활명수·후시딘과 같은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길 원했던 동화약품은 브랜드 작명 전문 업체에 제품명을 의뢰했다.

해당 업체는 잇몸질환에 쓰는 치약형 제품인 점을 고려해 ‘이치(理致)’라는 이름을 추천했다. 그러나 이 이름은 개발팀의 마음에 크게 와닿지 못했다. 좋긴 하나,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회의를 이어가던 중 회사 내부에서 사이시옷을 넣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렇게 ‘잇치’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당시 경영진 역시 잇치가 이치보다 발음이 더 힘 있게 느껴지면서 ‘잇몸치료’와 ‘잇몸약+치약’이라는 제품의 특징까지 중의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3년 만에 시장 선두 등극… 지난해 매출 400억원 돌파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잇치는 2011년 출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3년 만에 시장 선두로 올라섰다. 2014년 매출 100억원, 2020년 200억원 고지를 차례대로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 또한 1분기 기준 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동화약품의 기대대로 현재 활명수·후시딘·판콜과 함께 회사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잇치의 핵심 성분은 ▲카모밀레 ▲라타니아 ▲몰약 등 세 가지다. 카모밀레는 항염·진정 작용으로 구강 점막 염증을 다스리고, 라타니아는 항균·수렴·지혈 효과가 있다. 몰약은 진통·부종 억제를 돕는다. 세 가지 모두 생약성분으로, 치주 질환을 유발하는 뮤탄스균, 진지발리스균, 칸디다균에 대한 살균·억제 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동화약품은 계속해서 기존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전종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