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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전에서 폐경 이행기로 접어들면 여성의 심혈관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폐경 후에는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경 전에서 폐경 이행기로 접어들면 여성의 심혈관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폐경 후에는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몸은 평생 여러 차례 큰 변화를 겪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가 폐경이다. 폐경기에는 흔히 안면홍조나 수면장애 같은 증상이 잘 알려졌지만, 몸속에서는 심혈관 건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있다. 에스트로겐은 콜레스테롤과 혈압, 혈당을 조절해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폐경으로 접어들기 전인 폐경 이행기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불규칙하게 변동하다가 점차 감소한다.

미국 연구진은 이런 호르몬 변화가 심혈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규모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미국 여성 약 6000만 명을 대표하는 표본인 9200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는 월경 상태에 따라 폐경 전, 폐경 이행기, 폐경 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후 미국심장협회(AHA)가 개발한 심혈관 건강 평가 지표인 '라이프스 에센셜 8(Life’s Essential 8·LE8)'로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이는 ▲신체활동 ▲식습관 ▲수면 ▲흡연 여부 등 생활 습관 4가지와 ▲체질량지수(BMI) ▲혈압 ▲혈중 지질(콜레스테롤) ▲혈당 등 임상 지표 4가지를 종합해 심혈관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심혈관 건강 점수는 폐경 전→폐경 이행기→폐경 후 순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특히 나이 영향을 보정한 뒤에도 폐경 이행기 여성은 폐경 전 여성보다 심혈관 건강이 '나쁨' 수준일 가능성이 약 2배 높았다.

대사 건강 악화도 뚜렷했다. 폐경 이행기 여성은 폐경 전 여성보다 혈중 지질 점수가 나쁠 가능성이 76%, 혈당 점수가 나쁠 가능성이 83%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폐경 이행기가 여성의 심혈관·대사 건강이 가장 취약해질 수 있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 그룹 모두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항목이 식습관이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폐경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한 식단 관리가 여성 심장 건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분석한 단면 연구여서 폐경이 심혈관 건강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폐경 이행기를 심장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골든타임'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채소·과일·통곡물·저지방 단백질 위주의 DASH 식단을 실천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과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폐경 이후까지 기다리지 말고, 콜레스테롤과 혈당 검사를 미리 받아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폐경은 단순한 생식 기능의 변화가 아니라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특히 심혈관 건강 관리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생활 습관 개선과 조기 검진이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저널(JAHA)'에 최근 게재됐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