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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응답자 82%가 업무 관련 통증을 경험했는데 연구팀은 하이힐 착용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 항공사들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승무원의 '하이힐' 착용 원칙을 폐지하고 있다. 승무원의 활동성을 높이고 기내 업무 효율을 강화하기 위해 운동화나 기능성 신발을 허용하는 추세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창립 57년 만에 승무원이 기내 업무 시 운동화를 신을 수 있도록 복장 규정 개편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행 유니폼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적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능성 근무화 도입도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항공사들도 승무원 복장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월 모든 객실 승무원에게 스니커즈 근무화를 지급했으며 에어로케이와 이스타항공 등도 이미 운동화를 정식 근무화로 채택하거나 구두 미착용을 허용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문화 확산이 승무원의 족부 질환은 물론 근골격계 퇴행성 변화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항공 승무원은 하루 평균 1만 5000보 이상 걷고, 최대 14시간 가까이 서서 근무하는 만큼 굽 높은 구두를 착용한 데 따른 건강 위해성이 일반 직군보다 훨씬 높다. 2019년 '국제 지역사회 의학 및 공중보건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승무원 33명 중 82%가 업무 관련 통증을 경험했다. 이 중 하부 요통(42%)과 발 통증(58%)이 가장 빈번했는데 연구팀은 하이힐 착용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의학적으로 하이힐 착용은 체중 중심을 변화시켜 근육에 무리를 준다. 2022년 '인도네시아 응용 물리치료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살펴보면 하이힐을 신으면 체중이 발가락 쪽으로 과하게 쏠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요추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며 길이가 짧아진다. 이러한 근육 단축은 만성적인 요통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또 하이힐은 경추와 요추 부위 근육 활성도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켜 근육 피로도와 통증을 가중시킨다.

승무원의 요통 발생은 근무 시간 및 경력과도 비례한다. 24시간 이내 비행 시간과 총 근무 경력이 길수록 하부 요통의 심각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특히 하루 5시간 이상 서서 일할 경우 몸통 근육이 피로해지며 근육 경련과 허리 가동 범위 제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승무원들의 고질적인 건강 문제로 지적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