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류 치료의 발전

조기 발견 어려운 '침묵의 질환' 대동맥류… 파열 시 치명적
최소침습 '스텐트 그라프트'로 국소마취 후 한두 시간 시술
통증 거의 없고 회복 빨라… 합병증 위험 상대적으로 낮아
재발 시 무증상 많아 시술 후 年 1회 이상 추적 관찰해야

혈관이 한 번 파열되면 사망률이 9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 바로 대동맥류다. 대동맥 벽이 약해지며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이 질환은 주로 남성, 고령, 흡연력이 있는 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개흉(開胸) 수술에 대한 부담과 합병증 위험으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최소 침습 시술이 활성화되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를 받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유지훈 부장은 "대퇴동맥을 통해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최소 침습 시술이 주요 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고령이나 수술 위험이 큰 환자도 과거에 비해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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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부장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시술은 혈관 내 접근 방식의 최소 침습 치료법으로, 대부분 국소마취 하에 시행해 환자 부담을 줄인 게 특징이다. /사진=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그래픽=김민선
'스텐트 그라프트', 치료 패러다임 바꿔

과거 대동맥류는 개흉·개복을 통해 손상된 혈관을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이 표준 치료였다. 전신마취 하에 8~10시간 이상 진행되는 고난도 수술로, 출혈과 장기 합병증 위험이 컸고 특히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흉부 대동맥 수술의 경우 인공심폐기 사용과 순환 정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사망률이 약 10%에 이르는 고위험 수술로 꼽히기도 했다.

2000년대 초 도입된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은 이 같은 대동맥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혈관 내 접근 방식의 최소 침습 치료로, 대부분 국소마취 하에 시행하며 수혈 없이 빠른 회복과 조기 퇴원이 가능하다. 사망률도 1~2% 수준으로 보고돼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복수술에서 흔한 장 유착이나 상처 감염 등 합병증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에는 치료 성적이 개선되면서 해부학적으로 적합한 경우 연령과 관계없이 스텐트 시술을 우선 고려하는 추세다. 기술의 발전으로 적용 범위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실제 유지훈 부장이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 환자 중에는 복부 대동맥류 크기가 약 5cm에 이른 97세 고령 환자도 있다. 유 부장은 "스텐트 시술이 등장하면서, 전신마취 부담을 줄이고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소마취 후 한 시간 시술… 환자 부담 낮춰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시행 시 의료진은 양측 대퇴동맥을 통해 혈관에 접근한 뒤 가느다란 금속선(가이드와이어)을 삽입한다. 이후 금속선을 따라 접힌 상태의 스텐트 그라프트를 병변 부위까지 이동시키면, 혈관 내에서 스텐트가 펼쳐져 대동맥 벽에 밀착·고정되고 혈관 파열 위험을 낮춘다. 시술 시간은 한두 시간 내외며, 대부분 2~3일 내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도 빠른 편이다. 개흉·개복 수술은 통증이 큰 반면, 스텐트 시술은 통증이 거의 없다.


복부 대동맥류는 좌우 장골동맥으로 이어지는 분지 구조를 고려해 Y자 형태 스텐트를 사용하고, 흉부 대동맥류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일자형(튜블러) 스텐트를 주로 쓴다. 두 부위의 시술 원리는 유사하지만 난이도에는 차이가 있다. 복부 대동맥은 분지 구조를 맞춰야 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반면, 흉부 대동맥은 단일 구조인 만큼 시술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다. 다만 해부학적 구조나 병변 위치에 따라 스텐트 적용이 제한될 수 있어, 환자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재발 방지 위해 추적 관찰 필수

대동맥류는 시술 후 관리의 중요성도 크다. 스텐트 삽입 이후 혈관 형태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는 대동맥류가 재발하기도 한다. 재발률은 5% 미만으로 알려졌으며, 기존 병변의 진행이나 혈관 구조 변화, 스텐트 이동·이탈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대동맥류 재발 시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시술 후에는 연 1회 이상 영상 검사를 통해 혈관 내 혈액 누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지훈 부장은 "신부전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조영제 사용이 제한될 수 있어, 비조영 방식으로 제한적인 추적 관찰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텐트 고정 등 보완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누수나 재시술 상황에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분지 혈관이 포함된 병변의 경우 수술이 불가피했지만, 지금은 개창형·분지형·환자 맞춤형으로 분지를 보존하는 시술 또한 시행하고 있다. 유지훈 부장은 "수술과 시술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치료'까지 활용하는 등 스텐트 치료의 적용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신소영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