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 권세환·최현일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초고령화로 국내 대동맥류 환자 증가세… 10년 새 2.7배 많아져
환자 10명 중 9명이 65세 이상 고령자… 흡연자·만성질환자 특히 위험
대동맥 터지면 사망률 80~90%… 정기 검진 통한 조기 발견 중요

최소 침습 방식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고위험군도 시술 가능
복부·흉부 대동맥류 모두 적용… 치료·회복 시간 줄이고 안전성 높여
시술 후에도 꾸준히 항혈소판제 복용하고 CT·초음파 검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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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환 교수(왼쪽)와 최현일 교수가 대동맥 CT 영상을 확인하며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70대 남성 한모씨는 최근 극심한 복통과 혈압 저하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대동맥 벽이 터지기 시작한 '복부 대동맥류 파열'이 확인됐다. 혈압이 불안정해 개복 수술이 어려웠지만, 의료진은 다학제 협진 끝에 절개 없이 허벅지 혈관으로 인조혈관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출혈을 막았고, 환자의 혈압도 곧 안정됐다. 한씨는 이틀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만큼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한씨와 같은 고령·고위험 대동맥류 환자에게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시술은 혈관 내로 인조혈관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를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앞서 한씨의 시술에 참여한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권세환 교수는 "기술의 발전으로 고령 대동맥류 환자도 큰 수술에 대한 부담 없이 치료 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자각 어려워… 고위험군 정기 검사 필수


대동맥류는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대동맥의 벽이 약해지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환자의 약 90%가 65세 이상인 대표적 고령 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흉부 대동맥류 환자 수는 2014년 2850명에서 2024년 7805명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대동맥류 발견이 늦어 혈관이 파열될 경우 사망률이 80~90%에 이른다. 문제는 파열 전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세한 신호조차 간과해선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65세 이상이면서 ▲대동맥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자 ▲만성질환자 ▲결합조직질환자 등에 해당된다면, CT·초음파 등 정기적인 영상 검진이 권장된다.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최현일 교수는 "정밀한 영상 평가를 바탕으로 한 맞춤 치료와 의료진의 경험, 병원 시스템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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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미세한 도관을 삽입한 뒤, 인조혈관 스텐트를 병변 부위에 고정한다. 그래픽=김경아
최소 침습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주목

대동맥류 치료 방침은 ▲대동맥류의 크기와 성장 속도 ▲증상 ▲해부학적 형태 ▲시술 적합성 ▲환자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 혈관 내 치료로 나뉜다.

최근 주목받는 방법은 혈관 내 치료의 일종인 '인조혈관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다. 해당 시술은 가슴이나 배를 크게 절개하지 않는 최소 침습 치료법으로, 고령이거나 심폐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군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술 시에는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미세한 도관(카테터)을 삽입한 뒤, 영상 장비로 병변을 확인하며 인조혈관 스텐트를 정확한 위치에 고정시킨다. 이를 통해 혈류를 인조혈관 내부로 유도하고, 파열 위험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최현일 교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1~2시간 내외로 짧게 진행하고, 흉터와 통증이 거의 없다"며 "회복이 매우 빨라 시술 후 대개 일주일 이내 퇴원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신 인조혈관 스텐트의 경우 유연성과 고정력을 동시에 갖춰, 시간이 지날수록 대동맥의 원래 형태를 되찾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치료 후 관리 소홀하면 재발 가능성

모든 환자에게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혈관 직경과 병변 길이, 주요 분지 혈관의 위치 등 해부학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권세환 교수는 "시술 전 CT 기반 정밀 영상 평가를 통해 전신 상태와 혈관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후에는 CT나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해, 동맥류 크기 변화와 장치의 안정성을 꾸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혈관 내 치료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스텐트 주변으로 피가 새는 혈류 누출이 발생하거나, 드물게 장치가 미세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의 관리 역시 중요하다. 철저한 혈압 관리와 금연은 기본이며, 처방받은 항혈소판제도 계속해서 복용해야 한다. 권 교수는 "시술 후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복통, 요통이 나타날 경우에는 지체 없이 시술받은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기 바란다"고 했다.

복부 대동맥류 VS 흉부 대동맥류

대동맥류는 발생 부위에 따라 배 부위의 '복부 대동맥류'와 가슴 부위의 '흉부 대동맥류'로 나눌 수 있다. 둘은 해부학적 환경이 다를 뿐 아니라, 발견 양상과 치료 전략도 차이가 있다.

복부 대동맥류는 주로 신장동맥 아래쪽에서 발생하며,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누웠을 때 배에서 심장이 뛰는 듯한 박동감이 느껴지거나, 원인 모를 복통·요통이 지속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권세환 교수는 "정상 복부 대동맥 지름은 약 2㎝로, 지름이 5~5.5㎝ 이상이거나 연간 0.5㎝ 이상 빠르게 커질 때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흉부 대동맥류의 경우 발생 부위가 심장과 가까워 기관지 등 주요 장기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부위마다 파열 위험이 다르고, 병변 형태가 다양해 치료 난도가 높은 편이다.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등 통증, 쉰 목소리, 연하곤란 등이 있을 때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흉부 대동맥의 지름이 5.5~6㎝ 이상이면 수술 또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치료를 고려한다. 권 교수는 "흉부든 복부든 대동맥류의 확실한 조기 신호는 신체 증상이 아닌,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CT·초음파 등 영상의학적 검사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직물로 둘러싸인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혈관 안쪽에 삽입해 혈류를 안정시키는 치료법이다. 약해지거나 부풀어 오른 대동맥류 부위를 스텐트로 덮어 혈류를 인조혈관 내부로 유도하며 파열 위험을 낮춘다. 시술 후에는 스텐트 그라프트 안으로만 혈액이 흐른다. 최소 침습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고령자나 전신마취 부담이 큰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