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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대병원·제주한라병원
제주도가 제6기(2027~2029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서울과 분리된 독립 진료권역으로 확정되면서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 사이 경쟁이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 기관은 제주에서 단 한 곳에만 부여되는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과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진료권역을 기존 11개에서 14개로 세분화한 것이 핵심이다. 그간 제주도는 인구수와 유동 인구 대비 의료 수요가 충분하나 서울권역에 묶여 수도권 대형 병원들과 평가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번 조치로 서울권에서 분리된 제주권이 신설되면서 도내 병원들이 자체 경쟁을 통해 3차 의료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암,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 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3차 의료기관이다. 제주 내 종합병원들은 모두 2차 의료기관에 머물러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병원은 건강보험 수가 가산율이 상향 적용돼 경영 여건 개선과 인프라 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고난도 질환 전문 진료를 지역 내에서 완결할 수 있어 도민들의 원정 진료 부담이 해소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두고 경쟁 중인 양 병원 규모를 살펴보면 제주대병원은 731병상, 제주한라병원은 587병상을 운영 중이다. 두 병원 모두 지정 기준인 500병상 이상을 충족하고 있어 결국 승부처는 질적 지표에서 갈릴 전망이다.

◇제주대병원, ‘권역책임’ 공공성과 도민 신뢰로 승부
제주대병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공공성과 높은 도민 신뢰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았다. 병원은 올해 총 134억원을 투입해 양전자단층촬영기(PET),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혈관조영기 등 핵심 진단 장비 18대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며 중증 질환 대응력을 강화했다.
특히 도내 최초로 도입한 5세대 로봇수술기 다빈치5와 기존 다빈치X를 동시에 운영하는 다기종 로봇수술 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올해 권역책임의료기관 최종치료 역량 강화사업을 통해 단일광자단층장치(SPECT), 수술현미경, 홀뮴야그레이저수술기 등 고난도 수술용 장비를 대거 확충하며 하드웨어 투자를 늘렸다.

소프트웨어 측면의 강점도 뚜렷하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도민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86.2%가 이용 의향을 보였다. 인지도 역시 87.6%로 높게 나타났으며 병원을 선택한 이유로 의사 전문성(48.7%)과 의료시설 및 장비(20.4%)를 꼽아 국립대병원으로서 전문 진료 역량을 도민들에게 인정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제주한라병원, 응급·외상 완결성과 스마트 의료로 응수
제주한라병원은 제주 최초 종합병원으로서 쌓아온 임상 경험과 응급·외상 분야의 독보적 인프라로 응수하고 있다. 도내 유일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한라병원은 2024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A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중증 외상 환자 1000명당 타 지역 전원 인원이 5.0명으로 전국 평균(44.4명)보다 낮다.

미래형 의료 시스템 도입에도 공격적이다. 한라병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500개 전 병상을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병상 체계로 전환했다. 여기에 최근 메드트로닉 로봇 수술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로봇 수술 분야 전문성까지 대폭 강화했다. 또 제주한라-세브란스 공동진료센터를 통해 연세의료원과 실시간 화상 협진 모델을 구축해 연간 14만 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의 원정 진료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도내 유일 닥터헬기 역시 올해 4월 기준 159명의 환자를 이송하며 응급 의료 체계 핵심 축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정 문턱 상향... 중증 환자 비율 38% 충족이 관건
이처럼 양 병원이 파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권역 분리와 동시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또한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역 내 순위 경쟁을 넘어 정부가 제시한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통과해야만 한다.

복지부 개정안에 따르면 입원 환자 중 전문진료질병군(중증 환자) 비율 기준은 기존 34%에서 38%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경증인 외래 환자 비율은 7%에서 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중증 환자는 더 많이 수용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하는 3차 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을 엄격히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시설과 인력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세부 기준이 변경됐으며 중환자실 및 음압격리병상을 복지부 장관 고시 기준에 맞춰 확보해야 한다. 또 교육전담간호사 배치와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도 일정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결국 전체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중과 전문의 1인당 입원 환자 수 등 인력 숙련도가 당락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오는 6월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 공고를 내고 7월 중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8월부터 11월까지 지정 평가를 수행해 연말에 결과를 확정·공표한다. 제주도는 도내 첫 상급종합병원이 2027년 1월 진료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제주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및 관련 병원들과 협력해 절대평가 기준 충족 여부를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