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회 탐방]
부신백질이영양증부모모임회 김득한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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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백질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환아 부모이자 환우회 대표인 김득한씨가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들의 치료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헬스조선DB
부신백질이영양증은 시각·청각·배뇨 장애, 실어증·실행증 등을 겪다 사망에 이르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어 병이 더 진행되기 전에 로렌조 오일을 섭취하거나 골수를 이식해야 한다. 로렌조 오일은 올리브오일에서 추출한 올레산과 평지씨유에서 추출한 에루크산을 배합한 혼합물로,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 체내에 축적되는 긴사슬지방산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환자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의약품과도 같은데, 국내에서는 특수식품으로 분류해 건강보험 적용이나 공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수년째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부신백질이영양증부모모임회 김득한(50) 대표를 만나 환자들의 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이 병으로 첫째 아들을 떠나보냈으며, 현재 둘째 아들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다.

-자녀가 언제 어떻게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진단받았나?
“처음에는 사소한 변화에서 시작됐다. 정상으로 태어나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글씨체가 삐뚤빼뚤해지기 시작하고 사시 증상을 보이더니, 질문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안과, 청력 검사 모두 정상이었고 ADHD로 오진 받았다. 사물 인지 저하, 보행 이상까지 겹치면서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했고,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진단 받았다. ‘아이가 얼마 살지 못할 거다’라는 소견에 이어 둘째 역시 50%의 확률로 같은 질환을 앓게 될 거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큰아이는 진단 후 약 2년을 버티다 2022년 세상을 떠났다. 시력을 먼저 잃었고 6개월 만에 보행이 어려워졌다. 이후에는 운동 기능이 거의 소실돼 침대에 누워 지내야 했다. 연하장애와 배뇨·배변, 호흡 문제까지 겹쳤다. 형의 투병 과정과 죽음을 옆에서 지켜본 둘째는 어린 나이부터 큰 공포를 느꼈고 결국 같은 병을 진단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은 뒤 ‘나도 형처럼 죽는 거냐’며 묻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졌다. 현재 둘째 역시 대부분의 신체 기능을 잃어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3개월마다 병원에서 영양 공급용 유동식을 처방받고 필요한 검사를 받는 중이다.”

-환우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부신백질이영양증은 치료제가 없다. 부모 입장에서는 언젠가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절망적인 질환이다. 신경학적 진행을 늦추기 위해 골수이식이나 로렌조 오일 등이 쓰이나, 골수이식은 성공률이 높지 않고 로렌조 오일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로렌조 오일은 생필품이 아닌 의약품에 가깝지만 국내에서는 특수식품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급여나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달에 약 150만~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상황이라 가족 중 누군가는 직업을 포기하게 되면서 생활고가 심해지는 가정도 많다.”


-환아 부모회는 어떻게 시작했나?
“1990년대 초반에 소수 환자들이 모여 시작했다. 현재는 인원이 많이 늘었다. 약 60명의 부모들이 참여 중이고, 한 가정에 한 명에서 세 명까지 환자가 있는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50명 정도다. 유전적 특성상 자녀가 확진되면 어머니 역시 보인자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가족 단위로 관리가 이뤄진다. 환자들은 거동이 어렵고 집에서 돌봄을 받아야 해 오프라인 모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환우회 회원들의 응급상황 대응 역량이 개선되면서, 이제는 환우 가족들이 무조건 병원을 찾기보다 가정 내 산소포화도 관리 등 기본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환우회의 목표는 무엇인가?
“로렌조 오일 수급 문제 해결이다. 비용 부담도 크지만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제약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들여오고 있어, 환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만큼 공급받기 어렵다. 며칠 전에도 로렌조 오일 공급 문제로 환우회 단체 채팅방이 떠들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 등 해외 승인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에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도 요청 중이다.”

-다른 환우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째를 떠나보낸 뒤, 아이가 아프더라도 곁에 있어준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됐다. 지금 둘째가 누워 지내고 있지만 함께 있어준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물론 건강했을 때를 떠올리면 힘들지만 아직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다른 부모들도 조금만 더 함께 버텨주길 바란다.”


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