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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이 세포 수준의 노화 속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거 환경이 세포 노화 속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생활 여건의 차이를 넘어, 사회·경제적 환경이 몸속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대(NYU) 글로벌 공중보건대 연구진은 미국 성인 1215명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해 세포 노화 관련 지표를 분석하고, 참가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을 함께 비교했다. 지역 환경 평가는 교육 수준, 공기·수질 등 환경 조건, 의료 접근성, 고용과 소득 등 총 44개 항목을 종합한 ‘지역 기회 지수’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사회·경제적 기회가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CDKN2A’ RNA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DKN2A는 세포 분열을 멈추게 하는 유전자로,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세포가 더 빨리 노화 상태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세포는 나이가 들면 분열을 멈추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계속 분비하는데, 이런 변화가 노쇠나 각종 노화 관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세포 노화 과정이 개인의 생활 습관뿐 아니라 주거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교육이나 환경 요인보다 소득, 일자리, 주거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세포 노화와 더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이나 주거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마리아나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건강은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사회적·구조적 조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몸속에 축적돼 노화 과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지역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건강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주거 환경과 같은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에 지난달 게재됐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