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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연기가 2세 아이의 알레르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사례가 보고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 안에서 피우던 대마초 연기가 2세 아이의 알레르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사례가 보고됐다.

캐나다 로렌시안대 보건과학대학, 몬트리올대 의학과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23년 8월, 2세 남아가 땅콩 성분이 함유된 과자를 섭취한 후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지역 병원에 내원했다. 약 3주 후에도 아이는 야외에서 놀고 난 직후 양쪽 눈꺼풀이 붓는 증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다시 병원을 찾은 아이의 상태를 진단한 의료진은, 땅콩 섭취 후 증상이 나타난 점을 고려해 자세한 환경력 조사를 진행했다. 야외 활동 직후 증상이 나타난 점에서 쑥 등 꽃가루 알레르기 가능성도 함께 의심됐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알레르기와 관련해 아이의 면역 체계가 예민해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대마초가 지목됐다. 아이의 외할머니는 집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아이는 이로 인해 간접 흡연에 자주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는 피부 단자 검사에서 땅콩, 쑥, 대마초 추출물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의료진은 보호자에게 땅콩과 관련 식품을 피하도록 권고했으며, 현재 소아 알레르기·면역학 전문의의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지질전달단백질(LTP)’과 관련해 면역 체계가 예민해지는 ‘감작’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TP는 다양한 식물성 식품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땅콩의 경우 ‘Ara h 9’ 성분이 이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아이에게서 Ara h 9 특이 면역글로불린E(lgE) 수치가 높게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기존 흔히 보고되는 땅콩 알레르기 성분이 아닌 LTP 성분을 통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대마초 연기를 자주 들이마시면서 면역 체계가 이 단백질에 먼저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가 형성됐고, 구조가 비슷한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쑥과 대마초가 유사한 LTP 계열 알레르겐을 공유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연구진은 단순히 이번 사례만으로 대마초가 직접적인 알레르기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이가 대마초 연기에 즉각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임상적 알레르기라기보단 면역학적으로 예민해진 상태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는 대마초 노출을 포함한 철저한 환경력 조사가 소아 알레르기 환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한 어린이들의 일상 환경에서 간접적인 대마초 노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 개발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례는 ‘큐레우스’ 저널에 지난 31일 게재됐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