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만성 스트레스가 암의 진행을 빠르게 하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 환자에게 스트레스는 늘 함께한다.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치료 과정,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재발에 대한 불안까지 이어지며 치료가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런 만성 스트레스가 암의 진행을 빠르게 하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의대 연구진은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질병 경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는 암의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유형을 나눠 진행됐다.

◇몸 긴장 상태… 호르몬·면역 변화 유발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몸이 오랜 시간 '위험 상황'에 놓인 것처럼 반응하는 상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과 교감신경계가 계속 활성화되면서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게 유지된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염증이 증가하고 면역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암세포를 감시하고 제거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동시에 만성 염증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는 암세포가 더 잘 자라고 퍼지기 쉬운 조건이 된다. 또한 종양 주변 환경에도 변화가 생겨 혈관 생성이나 암세포 이동, 치료 저항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영향은 가능성이 확인된 수준이며, 실제 환자에서 스트레스만의 영향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암 종류 따라 스트레스 영향 달라
스트레스의 영향은 암의 종류와 예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처럼 비교적 생존율이 높은 암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불안과 긴장이 특징이다. 환자들은 재발 걱정과 치료 후유증 속에서 생활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질병 경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췌장암이나 난소암처럼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서는 우울감과 심리적 고통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이런 증상이 진단 이전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니라, 염증 반응과 사이토카인(IL-6 등) 증가와 같은 생물학적 변화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심리치료도 치료… 스트레스 관리 중요
연구진은 심리치료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치료의 일부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연구를 종합하면 심리적 개입은 불안과 우울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며, 코르티솔과 일부 염증 지표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심리치료가 생존 기간을 직접 늘린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또한 치료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연구진은 "만성 스트레스는 환자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요인"이라며, ▲정신종양학 치료 확대 ▲스트레스 선별검사 ▲조기 개입 ▲보호자 지원 ▲디지털 기반 장기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했다. 공동 저자인 카타르지나 헤르베트코는 "만성 스트레스는 통증이나 영양 상태처럼 반드시 관리해야 할 요소"라며 "암 치료에서 핵심 변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분자과학 저널'에 게재됐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