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몰아 먹는 식습관이 노쇠를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쇠는 근력 감소, 피로, 체중 감소, 활동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노인 임상 증후군으로, 장애, 입원 및 사망을 포함한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은 노년층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시간적 식이 패턴을 규명하고, 노쇠 및 그 구성 요소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2016∼2018년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성인 4184명을 대상으로 아침·점심·저녁 식사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자는 균형형(38.8%), 안정형(17.8%), 정오형(18.0%), 저녁형(15.2%), 아침-저녁형(10.2%) 등 다섯 그룹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늦은 저녁 시간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는 ‘저녁형’은 세 끼를 비교적 고르게 섭취하는 ‘균형형’에 비해 노쇠 위험이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침과 저녁에 에너지 섭취가 모두 높은 ‘아침-저녁형’ 역시 균형형보다 노쇠 위험이 43% 높았다. 아침-저녁 식사 패턴의 경우, 노쇠와의 직접적인 연관성뿐만 아니라 낮은 에너지 섭취량과 불량한 식단으로 인한 간접적인 경로 역시 노쇠 위험을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총 섭취 열량이 같더라도 에너지가 특정 시간대에 편중되면 신체 기능 유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사 시간 문제는 단순한 생활 습관 차원을 넘어 노화의 생물학적 기전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신체 리듬과도 관련있다. 인체는 24시간 생체리듬(서캐디언 리듬)에 따라 대사 기능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오전과 낮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 포도당 처리 능력과 에너지 활용 효율이 높다. 반면 밤이 될수록 대사 효율이 떨어지고 지방 축적이 쉬운 상태가 된다.
연구팀은 저녁 편중형 식사 패턴이 이러한 생체리듬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늦은 시간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면 혈당 변동 폭이 커지고 지방 대사 부담이 증가해 대사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사 스트레스는 만성 저강도 염증 상태를 유발하고, 결국 근육 기능 저하와 피로 증가로 이어져 노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노년기에는 근육이 영양 자극에 둔감해지는 ‘동화 저항’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젊은 층과 달리 노년기에는 한 끼에 단백질을 몰아 섭취하더라도 근육 합성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팀은 “늦은 오후의 에너지 과다 섭취를 줄이고, 적절한 총 섭취량과 식단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노쇠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