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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반드시 유전이나 노화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치매가 반드시 유전이나 노화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인의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에 따라 치매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스웨덴에 거주하는 평균 연령 65세 성인 494명을 대상으로 약 4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연구의 핵심은 치매와 관련된 뇌 변화가 개인의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먼저 참가자들의 뇌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했다. 모든 참가자는 뇌 MRI와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백질 병변과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의 축적 정도를 측정했다. 이와 함께 혈압, 체질량지수(BMI), 수면 상태 검사와 치매 위험 유전자인 APOE ε4 유전자 검사도 진행했다.

또 각 참가자가 어떤 치매 위험 요인을 가졌는지를 함께 분석했다. 연구진이 살펴본 요인은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심장약 복용 여부 ▲뇌졸중 병력 ▲나이 ▲혈압 ▲흡연 여부 ▲당뇨병 ▲음주량 ▲수면 상태 ▲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 ▲우울증 ▲혼자 사는지 여부 ▲체질량지수 ▲성별 ▲교육 수준 등 총 17가지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 습관과 건강 관리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연구진은 이들 17가지 위험 요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 뇌 검사 결과와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특히 백질 고강도 병변(WMHs),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 등 치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핵심 뇌 병리 변화에 주목했다. 백질 고강도 병변은 뇌 속 혈관이 손상되면서 생기는 변화로,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신호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흡연·고혈압·고지혈증·심혈관질환 같은 조절 가능한 요인들이 뇌혈관 손상과 백질 병변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습관이 좋지 않을수록 뇌혈관이 손상되고, 그만큼 치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이와 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치매 위험 요인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백질 병변의 진행 속도가 빨랐고, APOE ε4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더 빠르게 축적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유전적 위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당뇨병은 아밀로이드-베타 축적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아밀로이드-베타를 뇌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단백질이 뇌에 쌓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체질량지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타우 단백질 축적 속도가 빠른 경향도 관찰됐다.

그동안 비만은 치매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연구진은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체중 감소가 오히려 타우 병리가 식욕과 체중 조절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 영향을 준 결과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낮은 BMI는 뇌 에너지 대사 감소와 뇌 위축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노출이나 의료 서비스 접근성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같은 조절 가능한 요인들이 뇌혈관 기능을 손상시키고, 결국 혈관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이번 결과가 치매 예방 전략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유전적 위험이 있더라도 금연, 혈압·혈당·지질 관리,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룬드대 신경과 세바스티안 팔름크비스트 교수는 "그동안 개인이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치매의 서로 다른 원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각 위험 요인이 뇌의 병리적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예방은 노년기에 갑자기 시작하는 문제가 아니라 중년기부터의 생활 습관 관리가 핵심"이라며 "혈관과 대사 위험 요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뇌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예방 저널'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