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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의 운전 습관 변화가 치매의 조기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년층의 운전 습관 변화가 치매의 조기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배로우 신경학 연구소 연구팀은 연구 시작 당시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미국 미주리주 거주 운전자 220명(평균 연령 73세)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차량 내 센서를 통해 운행 빈도, 거리, 목적지 등 주행 지표와 과속, 충돌, 급제동 등 안전 관련 사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받았다. 또 연구 시작 시점과 최소 12개월 이후 뇌 MRI 검사를 시행해 뇌 조직으로의 혈류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백질 변성을 측정했으며, 매년 임상·인지 기능 평가도 함께 이뤄졌다. 뇌의 백질은 뇌 각 영역을 연결해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 다발로, 노화나 혈류 감소 등으로 손상되면 MRI에서 하얗게 보이는 백질 변성 현상이 나타나며, 이 경우 인지 기능과 운동 조절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백질 손상과 운전 패턴·안전성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뇌 MRI에서 백질 변성이 많이 발견된 노인일수록 운전 빈도와 주행 거리가 줄었고, 평소 익숙한 경로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운전하는 것을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5년 이상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참가자의 17%에서 인지 장애가 발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이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특히 인지 장애가 발생한 참가자들 가운데 백질 변성이 심할수록 급제동 등 위험한 운전 행동과 교통사고 발생률이 더 높았다.

뇌 손상 위치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뇌 뒷부분의 백질이 손상된 경우 시각 정보 처리와 운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급정거, 과속, 코너링 실수 등 위험한 주행이 더 자주 관찰됐고 사고 발생률이 더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고혈압 치료제, 특히 ACE 억제제를 복용한 참가자들의 경우 뇌 손상이 있더라도 복용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운전 습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배로우 신경학 연구소 치아링 푸아 박사는 "ACE 억제제를 복용하는 참가자들은 뇌 스캔에서 더 많은 손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안전한 운전 습관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러한 효과는 혈압이 목표 수치에 도달했는지와 무관하게 관찰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ACE 억제제가 인지 기능과 운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푸아 박사는 “노년층의 운전 빈도, 이동 경로, 경로 변경 패턴 등 일상적인 운전 습관은 뇌 건강의 초기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며 “일상 속 작은 변화라도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고, 때로는 기억력이나 사고력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를 포착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한계로 표본 수가 적고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 대졸 성인으로 구성돼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 약물 복용 여부가 자가 보고에 의존했다는 점을 꼽았다. 향후 더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를 포함한 대규모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미국 뇌졸중 협회가 주최하는 ‘2026 국제 뇌졸중 학회(International Stroke Conference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