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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치료용 암 백신이 피부암 환자의 수술 후 재발 위험을 절반 가까이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개발 경쟁에 나선 가운데, 암 백신이 차세대 항암 치료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5년 내 재발 위험 49% 감소… 3년 후에도 효과 유지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모더나와 MSD가 공동 개발하는 암 백신 후보물질 '인티스메란 오토진'이 피부암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재발·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기반으로 한 치료용 암 백신이다. 면역항암제와 병용해 암 병력이 있는 환자의 암을 치료하거나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환자의 암세포에서 DNA를 추출한 후 암세포에 있는 최대 34개의 신생항원을 선별해 mRNA에 담아낸 후 투여하는 방식이다. 투여한 mRNA는 세포 내에서 돌연변이와 유사한 단백질을 발현하며, 면역 체계가 이를 인식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연구는 수술을 받은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암 백신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해 항암 효과를 평가한 임상 2b상 시험이다. 5년 추적 결과, 암 백신 병용요법은 키트루다 단독요법 대비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49% 낮았다. 이는 3년 추적 시점과 동일한 수치로, 암 백신의 재발 억제 효과가 2년 후에도 유지됐음을 의미한다.

양사는 상용화를 위해 후속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술 후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 'INTerpath-001'의 환자 등록을 마쳤고, 비소세포폐암·신장세포암·방광암 등을 대상으로 한 8건의 임상 2·3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모더나 카일 홀렌 종양학 부문 수석부사장은 "이번 결과는 수술을 받은 고위험 흑색종 환자에서 인티스메란 자가유전자와 키트루다 병용 요법이 장기적인 효능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장 확대 전망… 바이오엔텍·애스톤 등 주목
암 백신은 크게 예방용과 치료용으로 나뉜다.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처럼 암 발생을 예방하는 백신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발생한 암을 치료하고 재발을 막는 치료용 백신은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2010년 덴드레온의 '프로벤지'가 전립선암 치료용 백신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바 있으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mRNA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mRNA 기반 치료용 암 백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백신에서 검증된 mRNA 플랫폼을 항암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업계는 모더나의 임상 결과를 항암 mRNA 백신의 성공·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모더나 외에도 여러 제약사들이 암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텍은 흑색종 항암 백신 'BNT111'의 개발을 임상 2상 단계에서 중단했으나, 다른 mRNA 기반 암 백신 후보물질 'BNT122'의 경우 요로상피암(방광암)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큐어백이 개발 중인 암 백신 또한 교모세포종 임상 1상 시험에서 가능성을 보였으며, 편평 비소세포폐암 백신의 임상 1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애스톤사이언스가 가장 앞서 있다. DNA 기반 암 백신 후보물질 3개와 펩타이드 기반 암 백신 후보물질 1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DNA 기반 후보물질인 'AST-301'은 유방암 임상 2상 시험에서 평가하고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도 mRNA 항암 백신 후보물질을 전임상 단계에서 평가하고 있으며, 한미약품 또한 폐암·대장암·췌장암에서 발견되는 표적인 'KRAS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KRAS mRNA 항암 백신'의 연구 결과를 2024년 10월 발표했다. 다만, 두 기업의 경우 아직 임상 단계로 진입하지 못해 상용화를 논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암 백신 시장 규모는 2023년 90억달러(한화 약 13조2000억원)에서 2033년 242억달러(한화 약 35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암 백신은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상황은 아니지만, mRNA처럼 새로운 모달리티(전달 방식) 플랫폼에 기반한 치료제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며 "업계의 암 백신에 대한 관심이 향후 시장 확대나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백신 불신' 기조와 같은 변수도 등장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오기환 전무는 "미국 보건복지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취임 이후 mRNA 백신에 대해 불신하는 기조가 반영되면서, 암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며 "임상시험 과정에서 과잉 면역·부작용을 잘 조절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도 개발 성공의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