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법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 지속 증가
베타아밀로이드 축적되며 뇌세포 파괴

약물 치료 효과 확인… 활용도 주목
"은행잎추출물, 초기 치매 진행 억제"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치매 치료·예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치료 불가능 영역으로 여겨지던 치매에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고, 예방·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 또한 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억제하는 효과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된 만큼, 초기 또는 의심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는 "치매는 단계가 깊어질수록 치료가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초기부터 관리해야 실질적 예방·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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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이 억제된 은행잎추출물 투여군은 12개월간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비교군의 경우 같은 기간 22명 중 3명(13.6%)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그래픽=최우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뇌에 비정상 단백질 쌓이며 치매 발생

뇌 기능의 손상을 일으키는 여러 질환은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알츠하이머병이다.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것이 원인으로, 신경염증을 일으켜 뇌세포를 파괴한다.

보통은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신경 세포가 쇠퇴함에 따라 경미한 인지장애가 선행된다. 이처럼 치매 이전에 찾아오는 뇌기능 장애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감소했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다. 환자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도 신경심리검사에서 인지기능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주관적인지장애'로 분류한다.

은행잎추출물, 임상 통해 효과 입증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나 주관적인지장애 환자에게는 은행잎추출물을 주로 처방한다. 은행잎추출물은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혈액 점도를 낮추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동시에 뇌세포와 신경세포를 보호하며, 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흐름을 돕는다. 결과적으로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을 늘려, 뇌세포에 산소와 포도당이 충분히 제공될 수 있게 한다.

2021년 아시아신경인지질환전문가그룹(ASCEND)은 은행잎추출물에 대해 경도인지장애 증상 치료 시 사용하는 약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권고 등급을 부여했다. 독일에서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2만4483명을 최대 20년 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은행잎추출물을 5회 이상 복용한 환자군은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약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근거에 따라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은행잎추출물 제제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해 사용하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억제, 치매 진행 막아

최근에는 은행잎추출물이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초기 응집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양영순 교수 연구팀은 뇌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42명에게는 은행잎 추출물 1일 240㎎를 투여했으며, 22명에게는 기존 인지보조제를 투여해 12개월간 경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은행잎추출물을 투여한 환자군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감소한 반면, 비교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병의 진행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은행잎추출물 투여군은 12개월간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었으나, 비교군에서는 전체 22명 중 3명(13.6%)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됐다. 두 환자군 모두 심각한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양영순 교수는 "일반적으로 아밀로이드 PET 양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년 내 10~20%가 치매로 전환되지만,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이 억제된 환자군은 알츠하이머병 전환 사례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 중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 단계에서 효과가 확인된 성분은 은행잎추출물이 유일하다. 올리고머란 작은 조각이었던 베타아밀로이드가 점차 응집해 작은 덩어리를 형성한 것으로, 베타아밀로이드는 이 단계에서 뇌세포에 가장 큰 독성을 나타낸다. 독성 응집이 시작되면 병세 또한 빠르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양 교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 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주관적인지장애나 초기 경도인지장애는 물론, 치매 예방 측면에서도 은행잎추출물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일종. 초기에는 작은 조각인 '모노머' 형태로 존재하다가, 점차 작고 끈끈한 덩어리인 '올리고머'를 형성한다. 이후 섬유 형태의 '프로토피브릴'을 거쳐 '플라크'라는 큰 덩어리로 뇌에 쌓이면 뇌세포 손상과 치매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도인지장애 vs 주관적인지장애, 차이점은?]

흔히 경도인지장애와 주관적인지장애를 '치매 전 단계'라고 표현한다. 실제 대부분 노인성 치매 환자가 경도인지장애·주관적인지장애를 거쳐 치매로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인다. 다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하진 않다. 건강한 노인의 1~2%가 치매로 진행하는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 진단을 받는다.

주관적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인지능력 검사에서는 정상 수준의 뇌기능을 보이지만, 환자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느낀다. 학계는 주관적인지장애 발생 시기를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의학적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어도, 환자가 미묘한 인지능력 변화를 감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관적인지장애를 겪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두 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