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5만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의사들이 형사소송에 쉽게 휘말리는 구조가 소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음에도 소송당하는 선배 의사들을 보면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신규 의사가 유입되지 않는 건 물론 기존에 필수의료 분야에서 종사하던 의사들마저 떠나가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입니다. 흔히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의료진 480명에게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의사 90% “소송 우려해 방어진료”
사법리스크가 진료의 적극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물은 결과, 90% 이상이 진료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69.8%(335명)가 매우 큰 영향을, 20.6%(99명)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습니다. 6.3%(30명)는 모르겠다고 답했고 거의 영향이 없다는 비율은 2.3%(11명), 전혀 영향이 없다는 비율은1.0%(5명)에 그쳤습니다.


진료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사실상 소송을 우려해 방어 진료를 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위험 부담은 있지만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방어진료는 사실 과잉진료를 부르기도 합니다. 의사들이 후속 검사나 영상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 행위를 늘리는 겁니다. 이는 의료 자원과 재정의 투입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의사들에게 사법리스크를 우려해 방어진료를 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결과, 10명 중 9명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61.5%(295명)가 매우 자주, 30.8%(148명)가 가끔 방어진료를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거의 없다는 비율은 6.5%(31명), 전혀 없다는 비율은 1.3%(6명)에 그쳤습니다.



이미지
그래픽=최우연
의사들은 필수의료 붕괴 원인이 사법리스크라는 점에 대해서 대체로 동의했습니다. ‘사법리스크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70.0%(336명)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4.7%(그렇지 않다 15명, 전혀 그렇지 않다 7명)로 나타났습니다.

◇“의사는 신 아닌데”… 최선 다했으면 형사 책임 완화
의사들은 사법리스크의 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결과 중심의 사법 판단’을 꼽은 비율이 32.1%(335명)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적정성보다 사후에 드러난 결과가 책임 판단의 기준이 되는 판결 구조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 뒤를 이어 ▲의료 현실에 대한 법원이 이해 부족 31.9%(333명) ▲의료진 보호 제도 미비 19%(198명) ▲환자 보호자의 인식 변화16.8%(175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지
그래픽=최우연
사법리스크 해결법에 대해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완화’를 꼽은 비율이 34.3%(308명)로 가장 높았습니다. 최소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민사책임을 통해 환자 피해를 보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 다음은 ▲불가항력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29.0%(260명) ▲전문 의료 감정 체계 강화 20.6%(185명) ▲의료분쟁 조정 활성화 15.7%(141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자유로운 의견도 받아봤습니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도 나쁜 결과는 발생할 수 있다”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한 응답자는 “환자에게 해를 가하고 싶은 의사는 없고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도 나쁜 결과가 생길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송사를 겪으면 너무 큰 의욕 저하가 온다”고 말했습니다.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사후 결과가 아니라 진료 당시의 판단 과정과 의료 현실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특히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와 관련해 “최선을 다한 의료인에게는 면책이 필요하다”, “과실 여부에 따라 국가 책임을 통한 보상 체계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