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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등 의료기기 사용권을 둘러싸고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의사와 한의사가 최근에는 '한방 난임 치료'를 두고 다시 충돌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의사와 한의사가 최근에는 '한방 난임 치료'를 두고 다시 충돌하고 있다. 한의약 난임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면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지원 사업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를 둘러싼 정책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한의학도 (난임) 처방이 있는 것 같던데 보험 처리가 되느냐"고 묻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아 (건보 지원을 위해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 발언 이후 한방 난임 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했다.

현재 난임 부부 중 일부는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 등 의학적 치료와 병행하거나, 해당 치료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한약·침·뜸 등 한방 치료를 선택하고 있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조사에 따르면 난임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은 여성 중 약 40%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개 대학 부속 한방병원과 전국 42개 한의원을 대상으로 2021~2024년 진행한 조사에서는 한방 난임 치료 환자의 약 35%가 양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방 난임 치료는 현재 중앙정부 차원의 건강보험 급여 대상은 아니지만,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에 근거한 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관련 예산이 2017년 5억 원에서 2025년 9억72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에도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 강화 기조가 담겼다. 한의계는 이러한 지자체 사업 성과와 임상 경험을 근거로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약 난임 치료는 한약·침·뜸 등을 활용해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는 치료로, 임신을 위한 신체적·정신적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여성 난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지침에서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의 한약 치료는 근거 수준 B등급,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의 침 치료는 A등급으로 평가됐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한의협은 대만에서 난임 여성 5254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전통 한의약 치료군의 임신 성공 가능성이 비치료군보다 1.48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연구는 관찰 연구로, 치료군과 비치료군 간 난임 원인이나 치료 환경이 동일하게 통제됐는지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의료계는 한방 난임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건강보험 적용이나 국가 재정 투입을 판단할 만큼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표준화된 임상 근거 없이 한방 난임 치료를 국가가 지원하거나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지자체 한방 난임 지원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의협은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근거로, 2017~2019년 103개 지자체 한방 난임 사업(총 4473명 참여)에서 평균 7.7개월간 관찰한 결과 임상적 임신율이 12.5%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적인 자연 임신율로 알려진 25% 이상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수치 역시 무작위 대조군을 둔 임상시험이 아닌 관찰 연구 결과라는 한계가 있다. 의료계는 특히 일부 지자체 사업에서 무작위 대조군 설정이나 장기 추적 관찰이 부족했고, 동일 연령·동일 난임 원인군을 기준으로 한 비교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한약 처방에 임신 중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약재가 포함될 수 있고, 유산율이나 출산 실패율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도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 사업을 통해 임신 성공 사례가 축적돼 왔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과 국내외 학술 연구를 통해 임상적 전문성과 효과가 단계적으로 검증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의계 역시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와 표준화된 검증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현 단계에서는 한방 난임 치료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나 국가 재정 투입 여부를 판단할 만큼 표준화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지자체 지원 사업 성과와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