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검사 결과에 부모 불안만 가중
“검사 한계 명확히 알리고, 상담 인프라 키워야”
지난달 아이를 낳은 A씨는 산부인과 권유로 받은 신생아 유전자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혼란에 빠졌다. 결과지에는 ‘염색체 이상 소견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의사는 무엇이 문제인지, 얼마나 심각한지, 당장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했다. A씨는 “아이에게 이상이 있는 건지 아닌지도 모른 채 불안만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를 권유받았다는 부모들의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검사 항목은 다양해졌지만, 결과 해석과 사후 관리 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검사만 있고 설명은 없는 신생아 유전자 검사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를 권유받았다는 부모들의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검사 항목은 다양해졌지만, 결과 해석과 사후 관리 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검사만 있고 설명은 없는 신생아 유전자 검사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만원 더 내면 유전자 검사 가능?
산부인과에서 주로 권유되는 신생아 유전자 검사로는 지스캐닝(G-스캐닝), 윌슨병 검사, 선천성 난청 유전자 검사 등이 있다. 지스캐닝은 신생아의 혈액을 소량 채취해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검사다. 염색체 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적은 경우, 혹은 일부가 빠지거나 중복된 경우를 확인한다. 윌슨병 검사는 체내 구리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 이상을, 난청 검사는 난청과 관련된 유전자 이상 여부를 미리 살펴보는 선별검사다.
이 검사들은 모든 신생아에게 시행되는 국가 차원의 신생아 선별검사와는 다르다. 국가 검사는 꼭 받아야 하는 ‘필수 검사’인 반면, 지스캐닝 등은 부모 선택에 따라 추가로 시행하는 ‘비급여 검사’다. 과거에는 검사 비용이 매우 비쌌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낮아져 일차의료기관에서도 쉽게 권유되는 상황이다.
◇애매한 검사 결과에 불안해하는 부모들
이런 유전자 검사들은 일부 선천적 염색체 질환을 선별할 수 있다. 실제로 지스캐닝은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을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변별한다. 이 경우에는 상급병원에서 추가 염색체 검사로 확진하면 된다.
문제는 상당수 검사에서 ‘의심 소견’ 또는 ‘보인자 가능성’이라는 애매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예컨대 윌슨병과 같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은 유전자 두 개가 모두 이상일 때 확진할 수 있다. 하나만 이상이 있으면 ‘보인자’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실제로 병이 생길지, 평생 아무 문제없이 지낼지는 알기 어렵다. 더구나 선별검사는 관련된 모든 유전자를 다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검사하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한계가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정호 교수는 “나머지 검사하지 않은 유전자에서 변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100% 신뢰하기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부모만 불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외래에서 검사 결과지를 들고 와서 해석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지스캐닝은 학습장애, 발육부진, 정신지체 심지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까지 미리 진단할 수 있다고 홍보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폐스펙트럼은 아이의 행동과 발달 과정을 지켜보며 진단하는 질환이다. 무증상 신생아의 유전자 검사로 미리 걸러낼 수 없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훈 교수는 “일부 유전자 이상이 발달 지연이나 자폐와 연관될 수는 있지만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며 “지스캐닝 검사에서 이상이 나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자폐로 이어진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해법은 ‘금지’보다 ‘설명’, 유전 상담 인프라 키워야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검사 자체가 아니라 설명 부족에 있다고 본다. 무증상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비급여 검사 결과를 누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검사는 산부인과에서 권유하고 결과 해석은 상급병원에 맡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상 소견이 있거나 보인자라고 나와도 상급병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상훈 교수는 “유전자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부모에게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를 상담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검사 전·후 유전 상담 체계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검사 결과를 부모들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호 교수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40년 전부터 유전 상담을 정착시켜 왔는데 우리나라는 수가도 없고, 공식적으로 인정도 안 된다”라며 “기술 발전으로 유전자 검사가 확대될수록, 결과를 정확히 설명하고 불안을 조절해주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에서 주로 권유되는 신생아 유전자 검사로는 지스캐닝(G-스캐닝), 윌슨병 검사, 선천성 난청 유전자 검사 등이 있다. 지스캐닝은 신생아의 혈액을 소량 채취해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검사다. 염색체 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적은 경우, 혹은 일부가 빠지거나 중복된 경우를 확인한다. 윌슨병 검사는 체내 구리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 이상을, 난청 검사는 난청과 관련된 유전자 이상 여부를 미리 살펴보는 선별검사다.
이 검사들은 모든 신생아에게 시행되는 국가 차원의 신생아 선별검사와는 다르다. 국가 검사는 꼭 받아야 하는 ‘필수 검사’인 반면, 지스캐닝 등은 부모 선택에 따라 추가로 시행하는 ‘비급여 검사’다. 과거에는 검사 비용이 매우 비쌌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낮아져 일차의료기관에서도 쉽게 권유되는 상황이다.
◇애매한 검사 결과에 불안해하는 부모들
이런 유전자 검사들은 일부 선천적 염색체 질환을 선별할 수 있다. 실제로 지스캐닝은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을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변별한다. 이 경우에는 상급병원에서 추가 염색체 검사로 확진하면 된다.
문제는 상당수 검사에서 ‘의심 소견’ 또는 ‘보인자 가능성’이라는 애매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예컨대 윌슨병과 같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은 유전자 두 개가 모두 이상일 때 확진할 수 있다. 하나만 이상이 있으면 ‘보인자’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실제로 병이 생길지, 평생 아무 문제없이 지낼지는 알기 어렵다. 더구나 선별검사는 관련된 모든 유전자를 다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검사하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한계가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정호 교수는 “나머지 검사하지 않은 유전자에서 변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100% 신뢰하기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부모만 불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외래에서 검사 결과지를 들고 와서 해석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지스캐닝은 학습장애, 발육부진, 정신지체 심지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까지 미리 진단할 수 있다고 홍보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폐스펙트럼은 아이의 행동과 발달 과정을 지켜보며 진단하는 질환이다. 무증상 신생아의 유전자 검사로 미리 걸러낼 수 없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훈 교수는 “일부 유전자 이상이 발달 지연이나 자폐와 연관될 수는 있지만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며 “지스캐닝 검사에서 이상이 나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자폐로 이어진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해법은 ‘금지’보다 ‘설명’, 유전 상담 인프라 키워야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검사 자체가 아니라 설명 부족에 있다고 본다. 무증상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비급여 검사 결과를 누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검사는 산부인과에서 권유하고 결과 해석은 상급병원에 맡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상 소견이 있거나 보인자라고 나와도 상급병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상훈 교수는 “유전자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부모에게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를 상담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검사 전·후 유전 상담 체계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검사 결과를 부모들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호 교수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40년 전부터 유전 상담을 정착시켜 왔는데 우리나라는 수가도 없고, 공식적으로 인정도 안 된다”라며 “기술 발전으로 유전자 검사가 확대될수록, 결과를 정확히 설명하고 불안을 조절해주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