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샤워 루틴이 다르다. 샤워를 마치고 바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마치자마자 문을 닫고 나가 버리는 사람도 있다. 혹시 후자라면 새해에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을 환기하는 습관을 들여 보는 건 어떨까? 환기를 통해 화장실 습기를 제거하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
샤워를 마치면 화장실은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곰팡이 포자는 70% 이상의 습도와 섭씨 20~30도, 유기물과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활발하게 번식하는데, 샤워를 마친 화장실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화장실에 남은 피부 각질이나 비누 찌꺼기, 머리카락과 같은 유기물은 곰팡이의 양분으로 작용한다.
특히 국내 화장실 구조상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다. 한국에는 욕실과 세면대가 독립된 공간에 있는 ‘건식 화장실’보다 욕실과 세면대가 한 공간에 통합된 형태로 있는 ‘습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습식 화장실에서 샤워하면 수증기가 화장실 전체를 습하게 만들어 곰팡이 번식 위험이 더 크다. 타일과 줄눈뿐 아니라 수건, 세안용품 등에도 습기가 스며든다.
이에 전문가는 평소 샤워를 마친 뒤 도구를 사용해 물기를 모두 제거하거나, 환풍기 등을 활용해 환기하기를 권장한다.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이철희 원장은 “곰팡이는 포자 형태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퍼진다”며 “샤워할 때는 최대한 물이 덜 튀게 하는 게 좋고, 물이 튀긴다면 최대한 물을 닦아내거나 환풍기로 건조하는 게 좋다”고 했다. 화장실 습기를 방치하면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화장실에 번식한 곰팡이가 호흡기 건강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곰팡이가 번식해 공기 중에 포자가 퍼지면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기관지염 등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윌리엄 J. 피스크 등 연구자들이 2007년에 발표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가정 내 습기와 곰팡이에 노출된 경우 천식과 기타 호흡기 건강 문제의 발생 위험이 약 30~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과 같은 만성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이 원장은 “질환 발생에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평소 면역력 관리가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중 일부가 실내에 있는 곰팡이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