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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48시간 이내의 짧은 금욕 기간 후 사정해야 시험관 시술 성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체외 수정(IVF, 시험관 아기 시술)으로 임신을 시도할 때, 세계보건기구(WHO) 정액 검사 매뉴얼에 따라 2~7일간의 금욕 기간 후 정자 채취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남성이 48시간 이내의 짧은 금욕 기간 후 사정해야 시험관 시술 성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길림대 제1병원 연구팀이 2024년 4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시험관 시술을 받은 커플 453쌍을 비교 분석했다. 참여자들은 무작위로 금욕 48시간 내 당일 사정한 그룹과 표준 금욕 기간(2~7일)을 준수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그룹별 임상 임신율과 임신 진행율을 분석했다. 임상 임신율은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심장 박동이나 임신낭 유무 등을 확인해 임신에 성공했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임신 진행율은 임신이 12~20주가 지난 뒤에도 안정적으로 진행된다는 지표다. 

분석 결과, 48시간 내 사정한 그룹의 임상 임신율은 54.4%로 표준 금욕 기간을 준수한 그룹(44.9%)보다 높았다. 임신 진행율도 각각 46%, 36%로 48시간 내 사정한 그룹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정자 질 개선을 원인으로 꼽았다. 금욕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자 개수는 늘어날 수 있지만 정자가 오래 저장되면서 활성산소에 노출돼 DNA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에서 금욕 시간이 짧은 그룹의 정자 DNA 손상 지표가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 생식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연구팀은 “살충제를 비롯한 산업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호르몬 교란이 남성 정자 질 저하의 원인”이라며 “남성 난임은 임신 성공뿐 아니라 기대수명 감소, 고환암,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등 다른 건강 문제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리즈대 남성 난임 전문가 데이비드 밀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더 나은 임신율을 위한 하나의 조건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임신율과 출생률을 구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임상 임신이 확인됐다 해서 최종 치료 성과인 출생률을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란셋(The Lancet)'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