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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진통제 트라마돌은 효과가 작으면서, 동시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위험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트라마돌은 중등도 이상 만성 통증 치료제로 약 50년간 처방된 약제다. 지난 2023년 미국에서만 1600만 건의 처방이 이뤄졌다. 펜타닐, 옥시코돈 등 다른 오피오이드 약물보다 중독 가능성이 낮다고 알려져, '안전한 오피오이드'로 인식돼 있다. 이 탓에 처방률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유비스트 원외처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트라마돌 성분 함유 의약품 외래 처방 시장 규모는 1533억원 정도였다.

덴마크 코펜하겐 임상 센터 지하드 아흐마드 바라크지 박사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만성통증 환자에게 많이 사용되는 트라마돌의 효과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총 650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19건의 임상 시험을 분석했다. 주요 측정 항목은 통증 수준, 이상 반응, 삶의 질, 의존성, 남용·우울 증상 등이었다. 

분석 결과, 트라마돌은 만성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더 컸다.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환자가 체감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반면, 흉통,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스꺼움, 어지럼증, 변비, 졸음 등 경미한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있었다. 

위약과 비교했을 때 트라마돌을 복용한 환자는 모든 종류의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할 확률이 113% 더 높았다. 트라마돌을 사용했을 때 부작용을 겪은 환자가 두 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암 발병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추적 기간이 짧아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통증 관리를 위해 트라마돌을 사용하는 것은 이점보다 잠재적인 위험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트라마돌을 처방하는 것을 재고하고, 더 안전한 대안으로 대체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 크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트라마돌을 남용 가능성이 있는 마약류로 분류하고 감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에서는 트라마돌을 4급 마약류로 분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마약성 진통제보다 비교적 중독 위험이 적어, 마약류관리법상에서 제외되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트라마돌은 분명히 중추 신경계에 자극해 해열, 진통 효과 없이 통증만 줄이는 '마약성 진통제'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은 과거 본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트라마돌을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갑자기 끊으면 불안, 안절부절 등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트라마돌은 타이레놀, 이부프로펜과 달리 병원 의사와 자신의 ‘통증 정도’와 ‘병력’에 대해 철저히 상담하고 확인하여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항우울제나 기타 아편 유사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꼭 알려서 ‘금단과 의존’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BMJ 근거중심의학 저널(BMJ Evidence-Based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