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동안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특히 겨울철에는 단순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낮아지면 코막힘과 상기도 염증이 잦아지면서 기도가 좁아지기 쉽고, 실외 활동 감소로 인한 체중 변화와 음주 빈도 증가까지 겹치면 수면 중 호흡 장애가 악화될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어떻게 구분할까?
코골이는 수면 중 좁아진 기도를 공기가 지나가며 주변 조직이 진동해 발생한다.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음주 후, 감기나 비염 등으로 코가 막힌 경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호흡은 유지된다. 다만 코골이가 지속되거나 점차 심해진다면 기도 구조 이상이나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거나 얕아지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미세 각성이 반복되면서 깊은 수면을 유지하기 어렵다. 아침에 개운하지 않거나 낮 동안 심한 졸림,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 고혈압, 부정맥,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정확한 진단의 기준은 ‘수면다원검사’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구분하는 가장 객관적인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수면다원검사는 머리, 턱, 흉부, 다리 등 신체 여러 부위에 센서를 부착한 뒤 하룻밤 동안 수면을 취하며 진행되고, 다음 날 아침 종료된다. 검사 과정에서 호흡 패턴, 산소포화도, 심박수, 뇌파, 각성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 및 분석하여 수면의 질과 호흡 장애 여부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단순 코골이인지, 치료가 필요한 수면무호흡증인지 구분하고 개인별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양압기 치료, 처방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과정’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양압기 치료다. 양압기는 수면 중 기도로 일정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의료기기다.
양압기 치료는 단순히 기기를 처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의 유무와 중증도를 확인한 뒤, 개인의 기도 구조와 수면 특성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에는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공기 압력을 찾기 위한 압력 검사가 시행된다. 압력 검사는 수면 중 호흡 상태를 분석해 무호흡과 저호흡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하는 압력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치료 효과와 사용 순응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환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다양한 치료 옵션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경우에는 휴대성이 뛰어난 미니 양압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양압기 사용이 불편하거나 적응이 어려운 경우에는 음압기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음압기는 수면 중 입안에 음압(당기는 압력)을 형성해 혀와 연조직이 뒤로 처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막는 방식의 치료 기기다.
양압기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마스크 피팅’
양압기 치료의 효과는 처방 이후의 관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마스크 선택과 피팅은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얼굴 형태, 기도 구조, 수면 자세, 호흡 습관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는 마스크를 사용할 경우 공기 누출과 불편감이 발생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개인에게 맞는 마스크를 정확히 피팅하면 압력이 안정적으로 전달되고 착용 부담이 줄어들어 장시간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는 양압기 치료를 일상 속 관리로 이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양압기 치료의 완성은 ‘관리’
양압기 치료에서는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검사 결과 확인부터 양압기 처방, 개인별 압력 조정, 마스크 피팅, 사용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착용 시 불편감이나 공기 누출, 기기 이상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A/S 및 기능 점검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양압기는 단순 기기가 아닌 의료기기이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전문적인 케어가 뒷받침될 때 중도 포기 없이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수면 질환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전반적인 수면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칼럼은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이철희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