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명의] 정유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글씨·목소리·걸음걸이 작아질 때 의심
렘수면행동장애, 파킨슨병 발병 신호
뇌심부자극술, 약효 시간 늘리는 데 도움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떨림(진전) ▲움직임 저하(서동) ▲근육 경직(강직) 등이다. 문제는 이들 증상이 단순 노화 증상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 노인이 수전증을 갖고 있으며,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행이 어려운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파킨슨병만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글씨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크게 쓴 첫 글자와 달리 글씨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정유진 교수는 "파킨슨병은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에 그치치 않고 동작의 크기도 작아지는 병으로 이해하면 쉽다"며 "본인의 목소리 크기를 실제보다 크게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하면서 목소리도 점점 작아질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 자세히 살펴봐야 할 건 수면 패턴이다. 실제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약 6.3%가 매년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된다. 렘수면행동장애란 꿈을 꾸는 렘수면 동안 원래는 이완돼야 할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꿈과 관련된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정 교수는 "꿈 속의 다툼이 실제 고함이나 발길질로 이어져 주변인을 다치게 할 뻔한 경험이 있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약물 효과 떨어지면 수술 고려
파킨슨병 진단 이후엔 보통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레보도파'는 항파킨슨 효과가 가장 큰 약물로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5년 이상 장기 복용한 환자의 약 75%는 불가피하게 운동동요 증상, 이상운동증 등의 합병증을 경험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부가적인 치료법들이 적극 시행되고 있다. 레보도파에 다른 종류의 파킨슨병 약제를 추가하는 전략이다. 이마저도 효과가 없을 땐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정유진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보통 발병 5년 전후의 환자에게 적용한다"며 "지속적인 전기 자극으로 약효의 지속 시간을 확보하고 이상운동이 나타나는 빈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정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파킨슨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킨슨병 유발 요인들의 복잡한 연관성을 규명해 내는 게 목표다. 정 교수는 "어떤 환자에게 발병 위험이 있는 지 미리 알 수 있다면,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예방뿐 아니라, 향후 개인맞춤형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