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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걸음수가 적을수록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루 걸음수가 적을수록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루 1000만보만 더 걸어도 발병 위험이 8% 낮아지며, 걸음수 측정만으로도 파킨슨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킨슨병은 두 번째로 흔한 신경퇴행성 뇌질환으로, 2004년 520만명에서 2020년 940만명으로 급증할 만큼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질환이다. 임상 진단을 받기 전 최대 10년 전부터 미세한 운동장애와 초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발병 위험을 이해하고 조기 신호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빅데이터연구소와 인구보건학과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손목 가속도계 데이터를 활용해 하루 걸음수와 파킨슨병 발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신체 활동량이 적을수록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상관성이 보고됐지만, 질환이 천천히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하루 걸음수’를 대안으로 지목했다. 걸음수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신체활동의 객관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연구에는 2006~2010년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중 9만4696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하루 1만2369보 이상 걷는 사람은 6276보 미만으로 걷는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59% 낮았다. 하루 걸음수를 연속 변수로 분석했을 때도 걸음수가 1000보 늘어날 때마다 발병 위험이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걸음수와 파킨슨병의 관계를 시기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초기 단계에서 가장 강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추적 관찰 첫 2년 동안은 하루 걸음수가 1000보 늘어날 때마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17% 줄었다. 이 기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55명이었다. 그러나 6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는 걸음수와 발병 위험의 관련성이 거의 사라졌다.

연구진은 걸음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파킨슨병 발병률이 낮다는 사실이 초기 단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체 활동이 적은 것이 발병 원인이 아니라, 이미 질병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가능성을 보여주며, 환자 조기 관찰에 중요한 지표라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파킨슨병(NPJ Parkinson’s Disease)’에 지난 11월 24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