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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난청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면 청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요즘 TV 소리가 너무 작게 들린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자꾸 놓친다.”

이런 증상은 단순히 나이 들어 생기는 ‘노화 현상’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 난청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명(귀울림)은 난청의 전조 증상인 경우가 많아, 초기에 정확한 원인 진단이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청력 저하를 방치할 경우 뇌의 청각 인식 기능까지 떨어지면서 의사소통 능력 저하·우울감·치매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히 ‘잘 안 들리는 문제’가 아닌 삶의 질과 직결된 신체 기능 저하인 셈이다.

◇​귀는 쉬지 않는다… ‘조용한 노화’의 결과가 난청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인해 달팽이관의 청각세포와 청신경 기능이 점차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이후 점차 대화 소리나 주변 생활 소리도 희미하게 들린다. 문제는 이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TV 음량을 높이거나 상대방의 말을 되묻는 빈도가 늘어나도 단순한 노화로 생각해 진료를 미루게 된다. 그러나 한 번 손상된 청신경은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청력 손실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단계별 난청 치료, ‘보청기’가 핵심
난청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초기에는 청력검사와 이명 검사를 통해 난청의 범위와 원인을 파악하고, 중이염이나 약물 부작용 등의 원인이 확인되면 약물치료나 이비인후과적 처치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성난청, 소음성난청 등 대부분의 난청 유형들은 보청기 착용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수단으로 꼽힌다.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키워주는 기기가 아니라, 개개인의 청력 손실 패턴에 맞춰 특정 주파수대의 소리를 보정해주는 의료기기다. 이를 통해 뇌가 청각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청각 기능 저하를 늦추고 이명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인층의 경우 ‘소리가 왜곡돼 들린다’거나 ‘시끄럽게만 느껴진다’는 이유로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보청기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피팅과 꾸준한 적응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공와우 이식, 심도 난청의 대안으로
보청기로도 청취가 어려운 심도 난청의 경우, 인공와우 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공와우는 손상된 달팽이관 대신 전기적 신호로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 선천성 난청뿐 아니라 노인성 난청 환자에게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이 체계화되면서, 보청기에서 인공와우로 이어지는 ‘단계별 청력 재활 솔루션’이 가능해졌다. 즉, 난청 정도에 맞는 치료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청력 회복의 폭을 극대화하는 접근이다.

면목소리의원 홍성화 원장은 “노인성 난청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면 청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며 “보청기는 단순한 보조 기기가 아니라 뇌의 청각 회로를 자극해 청신경 퇴화를 늦추는 적극적 치료 도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력이 떨어지면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인지 기능 저하나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며 “평소 TV나 전화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대화 중 반복적으로 되묻는 일이 잦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