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원인, 소음·외상·질병 등 다양… 고·심도 환자는 보청기 효과 없어
인공와우 수술로 청력 직접적 회복… 유병 기간 짧을수록 수술 예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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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노인성 난청으로 인한 청각·인지 대뇌피질 감소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나이가 들면 다른 신체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듯 청력에도 이상이 생긴다. 문제는 이 같은 노인성 난청을 단순히 노화 과정에서 겪는 '변화'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난청을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명·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고 전체적인 언어능력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난청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인 동시에, 삶의 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라며 "장기간 방치하면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유발하고 치매를 앞당길 수도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청 원인은 복합적… 환자 스스로 의심 한계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음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외상, 흡연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인해 난청이 생기기도 한다. 노인성 난청의 경우 달팽이관유모세포와 청신경의 퇴행성변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업, 주거지 등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난청 증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족,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환자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증상이 있어도 방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자 또한 자신이 남들보다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들리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증상을 정확히 알리고 전문가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노인성 난청, 치매에도 영향

사람의 뇌는 외부 자극 중 청각에 의해 가장 직접적인 자극을 받는다. 때문에 난청 환자의 뇌에 전해지는 자극이 줄면, 뇌 기능이 퇴화되고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팀이 노인 639명을 평균 11.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경도난청 환자는 치매 발생 위험이 1.89배, 중등도난청 환자는 3배, 고도난청 환자는 4.9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 또한 난청 치료의 필요성을 치매 증상 완화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난청 치료가 곧 치매 치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청을 조기 치료할 경우 난청에 의한 대뇌피질 감소와 대뇌 기능 저하를 막고 치매 발생 위험 또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박홍주 교수는 "난청이 지속되면 청각과 연관된 대뇌 피질의 부피가 줄 수 있고, 이 같은 대뇌피질, 특히 청각·인지 대뇌피질 감소는 전체적인 대뇌 기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대뇌 전체적으로 이상이 생기고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홍주 교수는 '난청에 의한 대뇌피질 변화 및 인공와우 수술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미국에서 개최된 인공와우 전문가집단 학술모임인 'CI2021학회'에서 최고연제상에 선정됐다.

◇청력 회복시키는 인공와우, 근본적인 치료 가능

난청 치료방법은 증상 정도에 따라 보청기 사용, 인공중이 이식 수술, 인공와우 이식 수술 등으로 나뉜다. 보청기, 인공중이 이식 수술은 경도·중등도·중고도 난청 환자들에게 시행되는 치료법으로, 귀로 전달되는 소리를 증폭시켜 와우(달팽이관)의 유모세포를 더 크게 자극하고 소리가 잘 들리도록 한다.

그러나 고·심도 난청 환자의 경우 보청기 사용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리가 와우에서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소리를 증폭시켜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이 인공와우 수술이다. 인공와우 수술은 손상된 기존 와우를 인공와우로 이식·대체하는 수술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직접 청신경을 자극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난청 환자의 청력을 직접적으로 회복시키는 만큼, 난청뿐 아니라 치매, 인지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감, 우울함 등 난청이 동반하는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는다. 실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고령 난청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인공와우 이식 후 경도인지장애가 개선됐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빨리 수술할수록 예후도 좋아

인공와우 수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 당장 수술이 어렵다면 수술 전까지 보청기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뇌에 소리 자극을 입력해주는 게 좋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에 따르면 고도 난청은 난청 기간이 짧을수록 인공와우 수술 결과가 좋았으며, 수술 전 꾸준하게 보청기를 사용해온 환자 또한 청각중추의 퇴화가 방지돼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박홍주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은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청각을 회복시켜주는 유일한 치료법"이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통해 보다 정밀한 예후 예측이 가능해진 만큼, 막연히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