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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증 진단을 받은 태아를 출산해 태아의 장기를 기증한 미국의 한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FOX 13
무뇌증 진단을 받은 태아를 출산해 태아의 장기를 기증한 미국의 한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각) FOX 13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앤드류 포드와 캐서린 모닝웨이 부부는 임신 14주차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인 딸 헤이븐이 무뇌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두 번째 검사에서 헤이븐의 무뇌증이 확진됐다.

의료진은 헤이븐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며 임신 중절을 권유했지만 부부는 헤이븐을 출산해 헤이븐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캐서린은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태아의 유전 질환을 알게 된 주인공이 중절하지 않고 출산해 다른 아기들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장면이 인상 싶어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캐서린은 헤이븐을 출산했고, 부부는 나흘 동안 헤이븐과 짧은 시간을 함께했다. 이후 세상을 떠난 헤이븐의 심장 판막은 다른 아기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기증됐다. 부부는 헤이븐의 유산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슬픔을 견디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앤드류는 “헤이븐과 함께한 시간을 짧았지만, 그 어떤 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헤이븐의 장기를 기증받은 한 장기 기증 기관은 이와 같은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관계자 셰리 데이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의도로 아기를 끝까지 품고 출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이 가족의 결정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무뇌증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으로 인해 뇌의 대뇌반구와 두개골의 상당 부분이 형성되지 않는 선천적 기형을 의미한다. 임신 초기 신경관이 닫히는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해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이 열린 상태로 남게 되고, 이로 인해 노출된 뇌 조직이 양수 내에서 퇴화하거나 파괴되며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1만 명당 1명 미만의 발생률을 보이며,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대부분 생후 1년 내 사망한다.

진단은 임신 중 산전 검사를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임신 1분기나 2분기에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두개골 상부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해 확진하며 임신부의 혈액 내 알파태아단백(AFP)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측정되는 경우에도 이를 의심할 수 있다.

무뇌증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임신 초기 산모의 엽산 부족이 가장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임신 초기 고열 노출, 당뇨병, 비만 등이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