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연상 남편의 연말 우울증으로 고민 중이라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는 결혼 18년 차인 40대 후반 여성이 남편이 50세가 넘으면서 연말마다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제보자는 남편이 우울 증세가 심각해져 딸이 상담을 권하자, 남편은 급기야 가출까지 감행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결혼 초기부터 남편이 모임에 나갈 때 젊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남편은 연년생 남매를 낳고 나서부터는 “애들이 대학 갈 때 되면 나 환갑이다”라며 술, 담배를 싹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50세가 넘으면서부터 연말마다 우울 증세를 보이며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남편의 기분을 풀어주려 연말마다 콘서트, 호캉스, 해외여행 등을 함께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시간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없으니 멋지게 나이 먹자'고 말하며 위로했지만 남편의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연말에 특히 우울해지는 현상은 흔히 ‘연말 우울증’ 혹은 ‘연말 증후군’이라 불린다. 미국심리학회(APA)에서도 공식 용어로 인정한 ‘홀리데이 블루스’와 같은 개념으로, 식욕·수면 변화, 활력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다만 이는 정신질환으로 등록된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심리적 상태로 규정되고 있다. 하지만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경우 실제 질병인 ‘계절성 정동장애(SAD)’나 ‘주요 우울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연말 우울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심리적, 사회적,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먼저 심리적으로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느끼는 자기반성과 후회가 큰 원인이 된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타인의 성취를 자신과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울감을 유발한다. 사회적으로는 연말의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자신이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이 심화한다. 생물학적으로는 겨울철 일조량 감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햇빛을 받는 시간이 줄어들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에 불균형이 생겨 기분이 저하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사연 속 남편의 사례처럼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연말 우울증 증상이 발생하기 쉬운 이유는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단계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에릭슨에 따르면 50대는 성인기 후기로 분류되며, 이 시기는 '생산성 대 침체성'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 세대를 위해 기여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생산적 욕구와 그 성과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오는 침체감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진통이 발생한다. 사연 속 남편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아내나 자녀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과거와 같은 에너지나 생산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상실감을 느껴 우울 증상이 심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좋다. 낮에 최소 30분 이상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는 세로토닌 합성을 도와 기분을 전환해 준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습관을 유지해 생체 리듬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자신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이럴 때는 노화, 죽음, 불안 이런 것에 대해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나 제삼자한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희 교수의 조언처럼 제삼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심리적 거리감이 있어 객관적인 상담이 가능하다. 만약 우울감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