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 김주원 삼성서울병원순환기내과 교수
심박수 분당 60회 미만으로 내려가면 '서맥성 부정맥' 진단
약물 치료 한계 뚜렷… 심박동기 삽입 통한 전기 자극 필요
'심장 전도계 조율술', 환자 사망률 감소 효과… 34% 낮춰
약물 치료 어려워… '인공심박동기' 필요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겨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상태를 말한다. 심박수가 분당 60회 미만으로 떨어지면 서맥성 부정맥으로 진단한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우심방 상단에 위치한 동방결절에서 전기 신호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동기능 부전'과 심방에서 보낸 전기 신호가 심실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 '방실 차단' 등이 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전신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심부전·뇌졸중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맥성 부정맥은 약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아트로핀을 비롯한 항부정맥제를 사용해 심박수를 늘릴 수는 있으나, 응급 상황에서만 일시적으로 사용한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심박수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는 빈맥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맥성 부정맥의 근본 치료로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을 시행한다. 인공심박동기는 서맥이 발생했을 때 심장에 전기 자극을 줘 심장이 뛰게 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김주원 교수는 "심장 전도계 이상은 약물만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심박동기 삽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장 전도계 조율술, 심부전 위험 낮춰
기존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은 전극을 우심실 근육에 위치시켰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심장 전도계를 통해 전기가 잘 전달되지 않아 심장 전체에 전기가 퍼지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좌우 양측 심장이 균형 있게 수축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는 심부전이 오히려 나빠지고, 심방세동 또는 심박동기 유발 심근병증이 추가로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한 '심장 전도계 조율술(CSP)'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술은 특수 카테터(관)를 사용해 심박동기의 전극선을 심장의 본래 전도계에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카테터에는 전극선이 내부 공간 없이 케이블로 모두 채워진 '루멘리스 리드'가 쓰인다. 이 전극선은 이식 후 심장이 박동할 때 전극선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한다.
심장 전도계 조율술을 통해 전극 위치를 조정하면 건강한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심장 전체에 전기 신호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양측 심장의 균형 있는 수축도 가능해, 기존 시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부전이나 그로 인한 입원·사망 위험도 줄어든다. 미국 의료보험 '메디케어' 제도에 가입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심장 전도계 조율술은 기존 우심 근육 자극 박동기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30% 낮추고, 전체 사망률도 3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원 교수는 "인공심박동기 삽입이 필요한 환자 중 약 70%에게 심장 전도계 조율술을 고려하고 있다"며 "방실 차단이 있는 환자, 심부전이 있거나 좌심실 기능이 저하된 환자, 기존 박동기 방식으로 심부전 발생·악화 가능성이 높은 환자, 장기간 심박동기를 사용해야 하는 젊은 환자들은 심장 전도계 조율술의 이점이 크다" 고 말했다.
시술 전 '심장 구조' 파악 중요
심장 전도계 조율술이 모든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게 쓰이진 않는다.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하거나, 전도계의 섬유화(굳는 현상)가 심한 환자는 기존 심박동기 시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의료진은 적격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시술 전 서맥의 원인과 전도계 손상 정도, 전극을 위치시키기에 적합한 해부학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 등을 평가해 시술 가능 여부를 파악한다.
김 교수는 "시술 후에는 박동기가 삽입된 쪽에 가까운 팔 운동을 과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몸에 직접적으로 전기가 닿는 마사지기나 미용 치료기기의 사용 또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맥성 부정맥,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
모든 질환이 그렇듯, 서맥성 부정맥 역시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면 심부전이 더 높은 단계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 실신할 경우 넘어지면서 심한 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돌봄 부담, 의료비 부담과 같은 사회적 비용도 늘릴 수 있다. 고령 서맥성 부정맥 환자의 시술 수요 증가 역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서맥성 부정맥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몸에 나타나는 이상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어지러움, 실신, 피로감, 호흡곤란(움직일 때) 등이 있으며, 몸이 부어오르기도 한다.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 복통, 식은땀 등 전조증상 없이 실신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서맥성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것이 좋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주원 교수는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빠지거나, 일어서기 등 체위 변경과 상관없는 상황에서 실신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전조증상 없이 실신하거나 두근거림을 느끼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에는 서맥성 부정맥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조기에 부정맥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