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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8세 여성 첸은 불법 비만 치료제로 인해 극심한 부작용을 겪었다고 고백했다./사진=CCTV
허가되지 않은 비만 치료제를 투여한 직후 복부 출혈로 인해 피를 토하는 등 극심한 부작용을 겪은 중국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11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거주하는 28세 여성 첸은 지난달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통해 체중 감량 주사 관련 광고를 접했다. 광고는 '주사를 한 번 맞으면 최소 3.5kg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광고를 믿고 주사 3회를 포함한 다이어트 패키지를 900위안(한화 약 18만원)에 구매했고, 처음 사용하는 약물인 만큼 부작용에 대비하고자 권장 용량의 절반만 복부에 주사했다. 비만 치료제의 알려진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인 구토·메스꺼움 등 위장관 부작용과 식욕 저하를 경험했지만, 첸은 약물의 정상적인 부작용이자 체중 감량을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등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처음 3일 동안은 정말로 하루에 거의 1kg씩 빠졌다"며 "단 4일 만에 총 5kg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여 4일차부터 나타났다. 그는 녹색과 노란색 액체를 토하기 시작했고, 병원에서는 그에게 "담즙 때문"이라며 "이미 위벽이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상태는 심전도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더 심해졌다. 복부 출혈로 인해 누워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피를 토하는 순간 맥박이 멈췄다"며 "채혈, 응급 처치, 심방세동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의식을 되찾은 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첸은 응급 처치를 받고 큰 고비를 넘겼지만, 의료진은 그에게 "소화기관 손상이 완치되지 않았다"며 "임신을 시도할 계획이 있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사 결과, 해당 주사제는 라이브커머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이름으로 유통된 무허가 제품이었다. 제조업체는 위조하거나 대여한 생산 허가증을 사용했고, 허가되지 않은 소규모 작업장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온 '세마글루티드'를 재포장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사제 한 개의 실제 생산 비용은 4위안(한화 약 834원)이었다.

세마글루티드는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으로, 식후 소장에서 나오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 억제와 포만감을 유도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투여 시 구토·설사·메스꺼움 등 위장관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며, 2형 당뇨병과 비만 환자, 또는 비만이면서 한 개 이상의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용도다.

2022년 8월 한때 세마글루티드가 공급난에 시달렸을 때 잠시 복제약 제조가 허가됐던 경우를 제외하면, 이후 현재 위고비 이외에 세마글루티드를 주성분으로 제조한 복제약은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 또한 지난 5월부터 체중 감량 의약품으로 반드시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복제 의약품 단속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체중 감량 주사 오남용을 경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0월 위고비 출시 이후 온라인 불법판매 행위 359건을 적발한 바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와 구매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적응증에 맞는 환자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정품 의약품을 사용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 부작용 보고·피해구제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적응증에 맞지 않게 사용했거나 불법 의약품을 사용했을 경우 구제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