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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약물은 호르몬 균형·영양소 흡수·두피 혈류에 영향을 미쳐 모발 건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임./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진다면 비타민 결핍이나 스트레스, 건조한 날씨 등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매일 복용하는 약이 탈모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약국 ‘Chemist4U’의 약사이자 탈모 전문가 아이샤 바시르는 “탈모 부작용이 있는 약물은 성장기, 휴지기, 탈모라는 머리카락의 자연스러운 성장 주기를 방해해 더 많은 머리카락을 탈모 단계로 밀어 넣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형의 탈모는 '휴지기 탈모'라고 불리며 복용 후 몇 달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일부 약물은 호르몬 균형·영양소 흡수·두피 혈류에 영향을 미쳐 모발 건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바시르 약사가 소개한 탈모 부작용이 있는 약들을 알아보자.

◇여드름 치료제
비타민 A가 풍부한 여드름 치료제는 모발 성장 주기를 방해해 일시적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고용량의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모낭이 휴지기로 이동해 탈모가 일어날 수 있다. 바시르 약사는 “레티놀, 과산화벤조일, 살리실산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국소 여드름 크림은 두피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 자극이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대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드름 치료제인 아이소트레티노인을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가 투여받지 않은 환자보다 휴지기 탈모증의 위험이 두 배가량 높았다.

◇베타 차단제
베타 차단제는 심박수와 심장 수축력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고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약물로, ▲흉통 ▲심부전 ▲부정맥 ▲고혈압 ▲불안증 치료에 사용된다. 베타 차단제 또한 약물 복용 전보다 더 많은 모낭을 휴지기로 몰아 일부 환자에게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대한약사저널의 의약품 이상 사례에도 프로프라놀롤 복용 후 탈모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복용을 수개월 이어가면 눈에 띄는 탈모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대게 일시적이며,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ACE 억제제
ACE 억제제는 혈압을 높이는 물질의 생성을 막아 혈관을 확장하는 약이다. 고혈압, 심부전 치료에 효과적이며 심근경색에 걸렸던 환자에게 처방된다.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낮아지면 모낭으로 가는 혈액 공급량 또한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건강한 모발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영양소 공급 또한 같이 제한된다. 필라델피아 약학대학·펜실베니아 대학병원 연구팀은 50대 남성 환자가 ACE 억제제인 리시노프릴 복용 후 탈모 증상이 발생했고, 원인 약물을 변경해 4주 만에 탈모증이 호전된 사례를 발표했다.

◇피임약
로에스트린·마이크로게스틴 등 피임약은 호르몬 수치 변화를 일으켜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약물로 인한 호르몬 변화는 모낭에 스트레스를 줘 모발 성장 주기를 빠르게 만들어 모발이 빨리 빠지게 한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피부과·분자 유전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 변이(CYP1B1)를 가진 여성에게 경구 피임이 전두엽 섬유화 탈모증(FFA)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호르몬 변화를 주는 약이기 때문에 복용 중 또는 중단 후 탈모가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HRT)
합성 프로게스틴·테스토스테론 등 사용되는 호르몬의 종류에 따라 모발이 얇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남성 호르몬과 유사한 방식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안드로겐 효과로 모발 성장 저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용 시작·용량 조절 과정에서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 것도 영향 요인이다. 개인 유전적 요인과 처방 호르몬 종류에 따라 반응이 달라 일부는 오히려 모발이 풍성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은 탈모 위험이 낮고, 테스토스테론은 모발 가늘어짐을 촉진한다.

바시르 약사는 “이런 유형의 탈모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몸이 약물에 적응하거나 복용을 중단하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다”며 “약 복용이 끝나면 보통 3~6개월 안에 개선이 시작되는데, 이는 모발 성장 주기가 다시 정상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용 중인 약이 탈모의 원인 같다 하더라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물 변경 또는 대체 약물 처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