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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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가 요로상피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노인성 암으로 꼽히는 방광암이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10년 새 40% 넘게 늘었다(국가암등록통계). 특히 진행성·전이성 방광암은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나쁜 암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면역치료제와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장기 생존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의사들은 오늘날 방광암 치료의 목표는 ‘더 오래, 더 잘 사는 치료’라고 말한다.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진단, 다학제 협력 치료가 더해지면서 방광암 역시 ‘극복 가능한 암’이 되어가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에게 요로상피암과 방광암의 최신 치료에 대해 물었다.

-요로상피암과 방광암, 어떤 관련이 있나?
"요로는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신우·요관·방광·요도를 거쳐 배출되는 전체 통로를 말한다. 이 소변길 안쪽을 덮고 있는 세포층이 ‘요로상피’이며, 이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 요로상피암이다. 따라서 신우, 요관, 방광 등 요로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병리학적으로는 ‘요로상피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실제 발생 부위에 따라 임상적으로는 방광암, 요관암, 신우암 등으로 부른다. 이 가운데 방광암이 전체 요로상피암의 80~90%를 차지해, 일상적으로 요로상피암과 방광암이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요로상피 세포가 암으로 변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다양한 발암물질이 유전자 변이를 축적시켜 방광암 발생을 유발한다. 특정 염료 등 화학물질 노출도 위험 요인으로 보고돼 있다. 최근 유전자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단일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유전성 암의 비율은 약 5~10% 수준이다. 대부분의 방광암·요로상피암은 가족력이 아닌 후천적 요인이 여러 차례 축적돼 암으로 발전한다.

요로상피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혈뇨’다. 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종양이 생기면 상처처럼 피가 날 수 있어 눈에 띄는 붉은 소변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방광 기능 이상으로 인한 빈뇨, 잔뇨감, 배뇨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방광암 치료에서는 ‘근육 침습 여부’가 중요하다던데.
"방광의 가장 안쪽을 덮는 요로상피에서 암이 시작되는데, 이 종양이 방광의 근육층까지 파고들었는지가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근육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방광 안쪽 종양을 긁어내는 절제술(TURBT)로 치료할 수 있다. 이 같은 ‘비근육침습성 방광암’은 방광 안쪽에서 반복 재발하더라도 국소 절제로 관리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근육침습성 방광암'은 종양이 더 깊게 들어가 단순 절제로는 완전 제거가 어렵고, 수술 후에도 약 30~50% 재발할 수 있다. 이때는 방광 전체 절제술이 필요하다. 또 근육층은 혈관·림프관이 풍부한 부위이기 때문에 이 층을 뚫고 들어간 암은 이미 미세하게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방광을 절제해도 다른 장기로 재발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방광을 절제하면 배뇨 기능은 어떻게 대체하나?
"방광절제술은 말 그대로 방광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이다. 이후 소변길을 재건해 인공방광을 만들거나, 소변을 체외로 배출하는 ‘요루(요로전환)’를 통해 소변 주머니를 착용하게 된다.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완치를 목표로 한 근치적 치료에서는 여전히 표준치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행성·전이성 방광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 전략이 있나?
"핵심은 재발률을 낮추고, 완치율을 높이며,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제,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 등 여러 치료 옵션을 병기·상태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가장 적합한 치료 순서와 조합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방광암 치료는 근침습 여부, 병기, 전신상태, 병리 소견에 따라 수술·약물·방사선 치료가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한 과에서 모두 책임지기 어렵다. 비뇨의학과·종양내과·영상의학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 등 5~6개 진료과가 함께 논의하면 치료 전략 수립의 정확성과 속도가 높아지고, 실제 치료 성적도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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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가 요로상피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방광암 항암치료에는 '시스플라틴'이 오래 사용됐는데, 여전히 중요한가?
"시스플라틴은 ‘백금계 항암제’로, 방광암에서 수십 년간 가장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다. 종양 반응률이 높고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신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장 기능이 낮은 환자에서는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시스플라틴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있었지만,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대체 요법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중심으로 한 면역항암제가 시스플라틴 불가 환자군에서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가 방광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놨다던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잘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신호를 보내 공격을 피하는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이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의 브레이크를 해제한다. 그 결과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돼 주목받는 치료다. 초기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중심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 등 비교적 이른 단계까지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방광암 치료에서는 키트루다, 옵디보, 바벤시오, 임핀지 등 네 가지 면역관문억제제가 사용되고 있다. 작용 기전은 유사한데, 임상 연구 결과에 따라 전이성 치료, 수술 후 보조요법, 유지요법 등 각각 적용되는 치료 단계에 차이가 있다.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적응증은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표적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도 크다. 정말 암만 타깃해서 공격할 수 있나?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표적에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약제다. 다만 표적이 암세포에만 존재하지 않을 수 있어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다. 치료 효과는 해당 표적이 실제 환자의 암세포에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표적 변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다. 방광암의 대표적 표적은 FGFR(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며, FGFR 유전자가 변이되면 성장 신호가 과활성화돼 암세포 증식이 촉진된다. ‘얼데피티닙’과 같은 FGFR 억제제는 이 신호 경로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항체·약물 접합체(ADC)'는 기존 항암제와 어떻게 다른가?
"항체·약물 접합체는 특정 표적에 달라붙는 항체에 항암제를 결합한 치료제다. 암세포에 표적 치료제처럼 선택적으로 붙고, 그 상태에서 항암제가 직접 작용해 암세포에는 더 많은 약물을 전달하면서 정상조직에는 덜 노출되도록 설계된 치료 옵션이다. 최근 파드셉 등을 포함한 여러 ADC가 개발돼 좋은 반응률을 보여 방광암 치료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분야다. 다만, 항체 혹은 항암제에 의해 폐렴, 백혈구 감소증, 피부 독성, 간독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진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방광암 임상 연구 트렌드는 무엇인가?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 두 축이 방광암 연구의 중심이다. 두 약제를 병용하는 1차 치료가 이미 허가돼 사용 중이며, 다양한 병용 및 새로운 표적을 찾는 연구도 활발하다. 또한 수술 전후에 약제를 적용해 재발률을 낮추려는 임상 연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액체생검 기반 유전자 변이·잔존암 모니터링을 통해 어떤 환자가 어떤 치료에 가장 이득을 보는지 분석하는 연구도 확대되고 있다."

-요로상피암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확실히 입증된 예방법은 없지만, 후향 연구를 보면 적정 체중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체중 유지는 곧 규칙적 운동·균형 잡힌 식사·건강한 생활습관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방광암은 국가 5대암 검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정기 건강검진의 소변검사에서 미세혈뇨가 발견돼 진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소변검사만 꾸준히 받아도 조기 발견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로상피암·방광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항암제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ADC 등 치료 옵션이 크게 확대되면서 치료 효과와 지속 기간 모두 눈에 띄게 향상됐다. 부작용 관리 기술도 크게 발전해, 전이가 있더라도 치료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시대다. 오래 살 수 있고, 더 좋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이 마련된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에 도전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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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김현호 교수./사진=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