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병원을 오가며 진료받기 어려운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중증·만성질환자의 경우 외래 진료 중심의 의료체계 속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병원 중심 의료만으로는 고령사회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의료·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방문진료’다. 정부는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2일, 방문진료 전문의원 ‘집으로의원’을 찾아 김주형 대표원장과 하루를 동행하며 방문진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오전 8시 30분, 경기 성남시의 한 골목에서 만난 김 원장은 경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주거 밀집 지역의 골목 이동이 잦다 보니 경차가 아니면 소용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흰 가운을 걸치고 수술실 위생 두건을 썼지만, 오늘 그의 첫 번째 목적지는 뇌졸중 후유증을 겪는 고령 환자의 집이었다. 뒷좌석과 트렁크에 의료 장비를 가득 실은 차는 간호사 한 명을 마저 태우고 출발했다.
방문진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원장은 “의원과 병원,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노인 진료가 병원 중심으로만 설계돼 있다는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방문진료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는 “노인 의료 전달체계에 꼭 필요한 방문진료가 왜 정착하지 못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차량은 성남시 주거 밀집 지역 골목으로 들어섰다. 길은 점점 좁아졌고, 차를 세울 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김 원장은 멋쩍게 웃으며 “방문진료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이런 부분”이라며 “매번 주차할 곳을 찾는 것도 일이고, 처음 가는 환자 집을 찾는 과정 자체도 진료의 일부”라고 말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20년 전 뇌졸중을 앓은 뒤 왼쪽 편마비가 남은 환자의 집이었다. 혼자 힘으로는 거동이 어려워 외래 진료를 꾸준히 받기 힘든 상태였다. 당뇨병을 앓고 있어 혈당 관리가 필요했고 과거 저혈당으로 쓰러진 이력도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방문진료’다. 정부는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2일, 방문진료 전문의원 ‘집으로의원’을 찾아 김주형 대표원장과 하루를 동행하며 방문진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오전 8시 30분, 경기 성남시의 한 골목에서 만난 김 원장은 경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주거 밀집 지역의 골목 이동이 잦다 보니 경차가 아니면 소용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흰 가운을 걸치고 수술실 위생 두건을 썼지만, 오늘 그의 첫 번째 목적지는 뇌졸중 후유증을 겪는 고령 환자의 집이었다. 뒷좌석과 트렁크에 의료 장비를 가득 실은 차는 간호사 한 명을 마저 태우고 출발했다.
방문진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원장은 “의원과 병원,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노인 진료가 병원 중심으로만 설계돼 있다는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방문진료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는 “노인 의료 전달체계에 꼭 필요한 방문진료가 왜 정착하지 못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차량은 성남시 주거 밀집 지역 골목으로 들어섰다. 길은 점점 좁아졌고, 차를 세울 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김 원장은 멋쩍게 웃으며 “방문진료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이런 부분”이라며 “매번 주차할 곳을 찾는 것도 일이고, 처음 가는 환자 집을 찾는 과정 자체도 진료의 일부”라고 말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20년 전 뇌졸중을 앓은 뒤 왼쪽 편마비가 남은 환자의 집이었다. 혼자 힘으로는 거동이 어려워 외래 진료를 꾸준히 받기 힘든 상태였다. 당뇨병을 앓고 있어 혈당 관리가 필요했고 과거 저혈당으로 쓰러진 이력도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선 김 원장은 가장 먼저 노트북을 꺼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요양보호사에게 최근 컨디션 변화와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하며 전자 진료 차트를 작성했다. 김 원장은 “방문진료를 하다 보니 외래 진료용 전자의무기록으로는 한계가 있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집에서 입력한 기록이 의원 시스템과 바로 연동돼 진료 흐름이 끊기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진 이후 진료도 침상에서 이어졌다. 김 원장과 간호사는 침상 주변에서 역할을 나눠 움직이며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의 환부를 살피고 필요한 부위는 소독했다. 혈당 측정과 약 조정도 함께 이뤄졌다. 두 사람은 짧은 말로 호흡을 맞추며 진료를 이어갔다.
김 원장은 “상태가 비교적 안정된 재진 환자는 10~20분 내외로 진료가 이뤄진다”며 “초진 환자의 경우 상담과 전반적인 상태 파악이 필요해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은 환자들은 당장 응급실로 이송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관리가 늦어지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혈당이나 통증 관리가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문진료는 단순한 왕진이 아니라 집에서 실시하는 병원 진료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처치는 욕창 치료와 각종 튜브 관리”라며 “비위관이나 유치도뇨관 삽입과 교체, 욕창 소독이 자주 이뤄지고 위루관 교체나 중심정맥관·배액관 관리도 상황에 따라 집에서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레이·초음파·심전도 검사와 채혈, 수액이나 주사 치료까지는 집에서도 가능하다”며 “CT 촬영이나 수술처럼 병원 시설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 부분은 환자의 집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다음 방문지인 루게릭병 환자의 집에 도착했다. 환자는 지난달 종합병원에서 퇴원한 뒤 자택으로 돌아왔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가 놓여 있었고 목에는 기관절개관이 삽입돼 있었다. 콧줄과 말초삽입중심정맥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날 진료에서는 미열이 확인됐다. 김 원장은 곧바로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를 꺼냈다. 간호사는 환자의 등 뒤로 얇은 판을 받쳤고, 환자를 옮기지 않은 채 침상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이 끝나자 노트북 화면에 폐 영상이 곧바로 띄워졌고 AI 기반 판독 프로그램을 통해 염증 의심 부위 여부가 함께 표시됐다. 김 원장은 화면을 보며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김 원장은 “미열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폐렴 같은 감염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집에서 바로 촬영하고 판단할 수 있으면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동안 공급되는 열량이 충분한지도 점검하며 영양 관리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퇴원은 치료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리 장소가 병원에서 집으로 바뀌는 시점”이라며 “이후 상태를 계속 보지 않으면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진료에서는 현장에서 현재 상태로 집에서 경과를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문진 이후 진료도 침상에서 이어졌다. 김 원장과 간호사는 침상 주변에서 역할을 나눠 움직이며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의 환부를 살피고 필요한 부위는 소독했다. 혈당 측정과 약 조정도 함께 이뤄졌다. 두 사람은 짧은 말로 호흡을 맞추며 진료를 이어갔다.
김 원장은 “상태가 비교적 안정된 재진 환자는 10~20분 내외로 진료가 이뤄진다”며 “초진 환자의 경우 상담과 전반적인 상태 파악이 필요해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은 환자들은 당장 응급실로 이송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관리가 늦어지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혈당이나 통증 관리가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문진료는 단순한 왕진이 아니라 집에서 실시하는 병원 진료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처치는 욕창 치료와 각종 튜브 관리”라며 “비위관이나 유치도뇨관 삽입과 교체, 욕창 소독이 자주 이뤄지고 위루관 교체나 중심정맥관·배액관 관리도 상황에 따라 집에서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레이·초음파·심전도 검사와 채혈, 수액이나 주사 치료까지는 집에서도 가능하다”며 “CT 촬영이나 수술처럼 병원 시설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 부분은 환자의 집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다음 방문지인 루게릭병 환자의 집에 도착했다. 환자는 지난달 종합병원에서 퇴원한 뒤 자택으로 돌아왔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가 놓여 있었고 목에는 기관절개관이 삽입돼 있었다. 콧줄과 말초삽입중심정맥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날 진료에서는 미열이 확인됐다. 김 원장은 곧바로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를 꺼냈다. 간호사는 환자의 등 뒤로 얇은 판을 받쳤고, 환자를 옮기지 않은 채 침상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이 끝나자 노트북 화면에 폐 영상이 곧바로 띄워졌고 AI 기반 판독 프로그램을 통해 염증 의심 부위 여부가 함께 표시됐다. 김 원장은 화면을 보며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김 원장은 “미열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폐렴 같은 감염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집에서 바로 촬영하고 판단할 수 있으면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동안 공급되는 열량이 충분한지도 점검하며 영양 관리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퇴원은 치료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리 장소가 병원에서 집으로 바뀌는 시점”이라며 “이후 상태를 계속 보지 않으면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진료에서는 현장에서 현재 상태로 집에서 경과를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이후 환자 세 명을 추가로 진료한 뒤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의원으로 돌아와 점심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방문진료로 진료하는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의사 1인당 월 100건 범위 안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인 주치의 제도는 그 제한에서 제외된다. 현재 의원에는 의사가 3명 있고 1차 의료 방문진료가 월 60~70건 정도, 장애인 주치의 환자가 100~150건 정도 된다. 전체적으로는 한 달에 200건 안팎의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참여 요건은 무엇인가?
“현재 방문진료 관련 시범사업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이다. 소정의 교육만 이수하면 진료과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만성질환 관리도 가능하다. 다만 제도 자체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 장애인 환자와 연결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초기에는 환자군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1차 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다. 개원의의 경우 연 1~2회 신청 기회가 있으며,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의사 1인당 월 최대 60건까지 방문진료가 가능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재택의료센터로 선정되면, 의사 1인당 월 방문진료 건수가 최대 100건까지 확대된다. 다만 재택의료센터는 단순 신청이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 가운데 선발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 참여가 의원 운영과 진료 방식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의원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외래 진료를 병행하던 구조에서, 방문진료를 전제로 한 시스템으로 재설계가 필요했다. 방문진료만 하는 의원이라면 차트 구조부터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 휴대용 프린터, 이동형 의료 장비까지 모두 방문진료에 맞게 갖춰야 한다. 차량 운용도 필수가 되면서, 진료 동선부터 인력 배치까지 전체 운영 구조를 방문진료 중심으로 바꿔야 했다.”
-방문진료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제도적 장벽은 무엇인가?
“의사 1인당 월 100건으로 제한된 진료 건수는 가장 큰 문제다. 방문진료만으로 의원을 운영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한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기준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중증도나 이동 거리, 소요 시간에 따라 수가 차등이 필요하고 중증 환자를 전담하는 거점 재택의료센터도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진료가 확대되면 돌봄 구조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방문진료가 확대되면 보호자의 간병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부르거나 여러 보호자가 시간을 맞춰야 하는 상황은 간병 과정에서 큰 부담이 된다. 방문진료는 이런 이동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한다. 또 고열이나 증상 악화가 있을 때 응급실로 가야 할지 판단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보호자도 많은데, 의사가 직접 방문해 ‘집에서 경과를 볼 수 있는 상태인지’,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방문진료는 진료 장소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보호자가 홀로 떠안던 판단과 책임을 의료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방문진료’란 무엇인가?
“방문진료가 특별한 의료 형태로만 남지 않았으면 한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의료가 그 사람에게 찾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 돼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이걸 요청해도 될까’ 망설이지 않고 의사 역시 ‘이걸 계속 해도 괜찮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병원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집이 그 역할을 한다. 의료가 장소 때문에 끊기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노인의 삶도 지금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현재 방문진료로 진료하는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의사 1인당 월 100건 범위 안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인 주치의 제도는 그 제한에서 제외된다. 현재 의원에는 의사가 3명 있고 1차 의료 방문진료가 월 60~70건 정도, 장애인 주치의 환자가 100~150건 정도 된다. 전체적으로는 한 달에 200건 안팎의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참여 요건은 무엇인가?
“현재 방문진료 관련 시범사업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이다. 소정의 교육만 이수하면 진료과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만성질환 관리도 가능하다. 다만 제도 자체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 장애인 환자와 연결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초기에는 환자군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1차 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다. 개원의의 경우 연 1~2회 신청 기회가 있으며,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의사 1인당 월 최대 60건까지 방문진료가 가능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재택의료센터로 선정되면, 의사 1인당 월 방문진료 건수가 최대 100건까지 확대된다. 다만 재택의료센터는 단순 신청이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 가운데 선발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 참여가 의원 운영과 진료 방식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의원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외래 진료를 병행하던 구조에서, 방문진료를 전제로 한 시스템으로 재설계가 필요했다. 방문진료만 하는 의원이라면 차트 구조부터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 휴대용 프린터, 이동형 의료 장비까지 모두 방문진료에 맞게 갖춰야 한다. 차량 운용도 필수가 되면서, 진료 동선부터 인력 배치까지 전체 운영 구조를 방문진료 중심으로 바꿔야 했다.”
-방문진료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제도적 장벽은 무엇인가?
“의사 1인당 월 100건으로 제한된 진료 건수는 가장 큰 문제다. 방문진료만으로 의원을 운영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한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기준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중증도나 이동 거리, 소요 시간에 따라 수가 차등이 필요하고 중증 환자를 전담하는 거점 재택의료센터도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진료가 확대되면 돌봄 구조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방문진료가 확대되면 보호자의 간병 부담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부르거나 여러 보호자가 시간을 맞춰야 하는 상황은 간병 과정에서 큰 부담이 된다. 방문진료는 이런 이동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한다. 또 고열이나 증상 악화가 있을 때 응급실로 가야 할지 판단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보호자도 많은데, 의사가 직접 방문해 ‘집에서 경과를 볼 수 있는 상태인지’,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방문진료는 진료 장소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보호자가 홀로 떠안던 판단과 책임을 의료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방문진료’란 무엇인가?
“방문진료가 특별한 의료 형태로만 남지 않았으면 한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의료가 그 사람에게 찾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 돼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이걸 요청해도 될까’ 망설이지 않고 의사 역시 ‘이걸 계속 해도 괜찮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병원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집이 그 역할을 한다. 의료가 장소 때문에 끊기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노인의 삶도 지금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