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간병비 부담은 새로운 사회적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는 2018년 8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미래의 간병비에 대비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민간 간병보험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간병 현장에서는 이 보험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간병 기간·비용 반영 안 돼 실질 보장력 떨어져
현재 국내 간병보험의 대부분은 ‘진단금형 정액 지급 구조’다. 피보험자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거나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험사가 정해진 금액을 한 번에, 혹은 매월 일정 금액으로 지급한다. 다시 말해, 실제로 얼마나 오랫동안 간병을 받았는지, 하루에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는 상관없이 ‘진단’ 사실만으로 같은 금액이 지급된다. 이 구조는 지급 절차가 단순하고 분쟁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인 보전 효과는 떨어진다. 보험연구원 소속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장 금액이 진단 시점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간병 기간이 길어지거나 물가가 상승해도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 보장력이 떨어지고, 장기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간병보험이 실제 간병비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적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부족이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은 고령자나 중증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울 때 국가가 요양시설이나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핵심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이지만, 민간 간병보험은 같은 등급 체계를 사용하면서도 세부 평가 항목과 요건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을 받았는데도 보험사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학주 교수는 “건보공단의 등급조사표는 서비스 필요 정도를 세밀히 구분하지만, 보험사는 지급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척도와 기준선이 다르다”고 말했다.
간병보험 시장의 불안정성도 문제로 꼽힌다. 고령화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일부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됐고, 그 결과 손해율이 급증했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장 범위를 넓히고 가입 기준을 완화하면서 위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를 낮추거나 면책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에게 “보험을 들어도 정작 받을 때는 어렵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중저소득층은 높은 보험료와 짧은 갱신 주기로 인해 가입과 유지 모두에 부담을 느낀다. 김학주 교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위험률이 급격히 상승해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갱신 주기도 짧아지기 때문에 중도 해지나 가입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간병이 꼭 필요한 계층일수록 민간보험의 보호 밖에 놓이는 ‘역선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간병은 장기·누적형 서비스… 실손 구조로는 감당 어려워”
보험업계는 이러한 한계가 단순한 상품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병 서비스 특유의 ‘장기·누적형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현실적 제약이라고 설명한다. 단기 질환 치료를 전제로 한 실손보험과 달리, 간병은 수년간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보험금 지출이 제한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병인 인건비 상승률이 일반 의료비보다 높고, 돌봄 기간이 길수록 보험사의 부담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간병은 단기간에 치료가 끝나는 질병과 달리, 수년간 돌봄이 지속돼 보험금이 계속 누적된다”며 “실손형 구조로 설계할 경우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손형 구조란 실제 발생한 비용만큼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병원비나 간병비 영수증 등 실제 지출 내역을 근거로 보상하는 제도다. 이어 그는 “공적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범위와 민영 간병보험의 보장 항목이 겹칠 경우 이용이 과도하게 늘어나 공적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2023년 장기요양보험 이용자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실손으로 보상하는 ‘요양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재정 부담 우려로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간병보험이 공적 제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민영 간병보험은 장기요양보험이 미처 담지 못한 영역, 예를 들어 가족 간병 부담이나 비급여 돌봄 비용 등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단기적인 판매 경쟁보다 공적 돌봄 체계와의 조화 속에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형 구조 전환하고 공·사보험 연계, 지역 돌봄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업계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단순한 보완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보험 구조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상품은 진단 시점에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는 정액형 구조라, 간병 기간이 길수록 보장 공백이 커진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험금이 간병 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되는 지속형·연동형 구조로 바뀌어야 손해율과 해지율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며 “보험료가 불안정하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갱신 체계를 개선하고, 장기 유지가 가능한 상품으로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공적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강화도 중요하다. 일본은 공적 등급 체계인 ‘요개호(要介護)’ 수준에 따라 민간보험의 월 지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예를 들어 요개호 1등급은 경증, 5등급은 중증으로 분류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민간보험에서 지급되는 금액도 비례해 올라간다. 독일 역시 ‘Pflegegrad(간병등급)’을 기준으로 공·사보험이 연동된다. 공적 장기요양보험이 기본 급여를 제공하면, 민간보험은 부족분을 보완하는 ‘보충형(ergänzende Versicherung)’ 구조다. 두 체계가 하나의 등급 평가를 공유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단순하고 중복 심사가 거의 없다. 김학주 교수는 “공단의 장기요양등급 데이터를 보험사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급 기준을 표준화하면 중복 심사와 혼선을 줄일 수 있다”며 “일본처럼 공적 등급 체계를 기준으로 민간보험의 월 지급액이 자동 조정되는 구조를 도입하면 실질 보장력을 높이고 간병비 누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봄의 무게를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옮기는 접근도 필요하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현재 간병 구조는 요양병원 중심으로 짜여 있어 불필요한 입원이 늘고 있다”며 “의료·복지·간병이 연계된 지역 돌봄체계를 마련해 상태가 안정된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병보험이 재가 서비스(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받는 돌봄 지원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설계돼야 하며,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시간대 등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촘촘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고령층과 중저소득층이 보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김학주 교수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 혜택이나 장기 유지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일정 연령 이상은 갱신 주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보험 모두 인공지능(AI)이나 IoT(사물인터넷) 기반 건강 모니터링 등 디지털 돌봄 기술을 활용해, 돌봄이 필요해지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간병 기간·비용 반영 안 돼 실질 보장력 떨어져
현재 국내 간병보험의 대부분은 ‘진단금형 정액 지급 구조’다. 피보험자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거나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험사가 정해진 금액을 한 번에, 혹은 매월 일정 금액으로 지급한다. 다시 말해, 실제로 얼마나 오랫동안 간병을 받았는지, 하루에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는 상관없이 ‘진단’ 사실만으로 같은 금액이 지급된다. 이 구조는 지급 절차가 단순하고 분쟁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인 보전 효과는 떨어진다. 보험연구원 소속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장 금액이 진단 시점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간병 기간이 길어지거나 물가가 상승해도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 보장력이 떨어지고, 장기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간병보험이 실제 간병비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적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부족이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은 고령자나 중증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울 때 국가가 요양시설이나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핵심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이지만, 민간 간병보험은 같은 등급 체계를 사용하면서도 세부 평가 항목과 요건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을 받았는데도 보험사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학주 교수는 “건보공단의 등급조사표는 서비스 필요 정도를 세밀히 구분하지만, 보험사는 지급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척도와 기준선이 다르다”고 말했다.
간병보험 시장의 불안정성도 문제로 꼽힌다. 고령화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일부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됐고, 그 결과 손해율이 급증했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장 범위를 넓히고 가입 기준을 완화하면서 위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를 낮추거나 면책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에게 “보험을 들어도 정작 받을 때는 어렵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중저소득층은 높은 보험료와 짧은 갱신 주기로 인해 가입과 유지 모두에 부담을 느낀다. 김학주 교수는 “연령이 높을수록 위험률이 급격히 상승해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갱신 주기도 짧아지기 때문에 중도 해지나 가입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간병이 꼭 필요한 계층일수록 민간보험의 보호 밖에 놓이는 ‘역선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간병은 장기·누적형 서비스… 실손 구조로는 감당 어려워”
보험업계는 이러한 한계가 단순한 상품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병 서비스 특유의 ‘장기·누적형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현실적 제약이라고 설명한다. 단기 질환 치료를 전제로 한 실손보험과 달리, 간병은 수년간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보험금 지출이 제한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병인 인건비 상승률이 일반 의료비보다 높고, 돌봄 기간이 길수록 보험사의 부담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 A씨는 “간병은 단기간에 치료가 끝나는 질병과 달리, 수년간 돌봄이 지속돼 보험금이 계속 누적된다”며 “실손형 구조로 설계할 경우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손형 구조란 실제 발생한 비용만큼 보험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병원비나 간병비 영수증 등 실제 지출 내역을 근거로 보상하는 제도다. 이어 그는 “공적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범위와 민영 간병보험의 보장 항목이 겹칠 경우 이용이 과도하게 늘어나 공적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2023년 장기요양보험 이용자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실손으로 보상하는 ‘요양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재정 부담 우려로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간병보험이 공적 제도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민영 간병보험은 장기요양보험이 미처 담지 못한 영역, 예를 들어 가족 간병 부담이나 비급여 돌봄 비용 등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단기적인 판매 경쟁보다 공적 돌봄 체계와의 조화 속에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형 구조 전환하고 공·사보험 연계, 지역 돌봄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업계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단순한 보완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보험 구조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상품은 진단 시점에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는 정액형 구조라, 간병 기간이 길수록 보장 공백이 커진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험금이 간병 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되는 지속형·연동형 구조로 바뀌어야 손해율과 해지율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며 “보험료가 불안정하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갱신 체계를 개선하고, 장기 유지가 가능한 상품으로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공적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강화도 중요하다. 일본은 공적 등급 체계인 ‘요개호(要介護)’ 수준에 따라 민간보험의 월 지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예를 들어 요개호 1등급은 경증, 5등급은 중증으로 분류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민간보험에서 지급되는 금액도 비례해 올라간다. 독일 역시 ‘Pflegegrad(간병등급)’을 기준으로 공·사보험이 연동된다. 공적 장기요양보험이 기본 급여를 제공하면, 민간보험은 부족분을 보완하는 ‘보충형(ergänzende Versicherung)’ 구조다. 두 체계가 하나의 등급 평가를 공유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단순하고 중복 심사가 거의 없다. 김학주 교수는 “공단의 장기요양등급 데이터를 보험사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급 기준을 표준화하면 중복 심사와 혼선을 줄일 수 있다”며 “일본처럼 공적 등급 체계를 기준으로 민간보험의 월 지급액이 자동 조정되는 구조를 도입하면 실질 보장력을 높이고 간병비 누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봄의 무게를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옮기는 접근도 필요하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현재 간병 구조는 요양병원 중심으로 짜여 있어 불필요한 입원이 늘고 있다”며 “의료·복지·간병이 연계된 지역 돌봄체계를 마련해 상태가 안정된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병보험이 재가 서비스(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받는 돌봄 지원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설계돼야 하며,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시간대 등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촘촘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고령층과 중저소득층이 보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김학주 교수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 혜택이나 장기 유지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일정 연령 이상은 갱신 주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보험 모두 인공지능(AI)이나 IoT(사물인터넷) 기반 건강 모니터링 등 디지털 돌봄 기술을 활용해, 돌봄이 필요해지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