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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동안 전액 본인이 부담해왔던 ‘간병비’가 내년 하반기부터 급여화 돼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런데 일선 요양병원들은 간병 인력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간병 인력 절벽… 요양보호사·간병사 모두 부족
정부는 지난 9월, 간병비 급여화 방안을 발표했다. 환자나 가족이 100% 부담하는 비급여 간병비를 내년 하반기부터 급여 항목에 포함시킨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월평균 200만267만원인 가구당 간병비가 60만~80만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단,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호흡기 사용 등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증 환자가 대상이다. 정부는 이런 중증 환자가 40% 이상인 ‘의료 중심 요양 병원’을 선별하고, 이곳에 입원한 중증 환자에게만 급여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과제로는 간병 인력 수급이 꼽힌다. 국내 간병 인력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안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와 자격증 없이 민간에서 직접 고용하는 간병사다. 요양보호사는 주로 데이케어센터, 요양원 등 장기요양시설에서 일하고 간병사는 병원,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일한다. 앞으로 두 유형 모두 부족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장기 요양 등급 판정자는 약 110만 명에 달하지만 요양보호사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원의 요양보호사 수급 전망에 따르면, 당장 올해부터 3762명이 부족하고 점차 그 인원이 늘어 2028년에는 11만6734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간병사 도입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정부는 간병사 처우 개선을 통해 인력 유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간병 급여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환자 4명당 간병인 1명을 3교대로 배치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간병사 구인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 A씨는 “현재 대부분 요양병원은 간병사들이 병원 내에서 숙식하며 24시간 상주하는 구조”라며 “정부안대로라면 출퇴근하는 교대 인력을 3배 정도 충원해야 하는데, 비용은 둘째 치고 채용할 인력이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간병사 절반 이상은 중국 동포와 고려인들이다. 외국인이 간병사로 일하려면 방문취업 비자나 재외동포 비자가 있어야 해서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 동포들도 간병사로 일하기를 꺼려해 인력을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A씨는 “간병일을 주로 해왔던 중국 동포 1세대들도 이젠 고령화됐다”며 “업무 난이도가 높은 탓에 그들의 자녀들은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간병 분야의 정식 취업비자를 신설해 외국인 근로자가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구조 개편하고 지역 돌봄 강화해야
그러나 외국 인력을 대거 도입해 간병사로 공급하겠다는 접근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양병원에서 숙식하면서 최저임금을 받던 이들이 주거비를 감당하면서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 나타났듯이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돌봄 체계를 요양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병원을 장기요양시설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생긴 구조적 문제”라며 “퇴원 환자를 지역사회 돌봄 센터 등으로 연계하고 의학적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만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시행하는 돌봄통합지원법에 발맞춰 요양보호사의 장기근속 시스템만 구축하면 간병 인력난은 해소될 것이라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자격증을 갖춘 요양보호사가 270만명이나 있지만 열악한 처우, 불안정한 근로시간 등으로 실제 일하는 건 65만명에 그친다”라며 “이들이 지역사회,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임금과 고용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