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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만 치료제의 '투약 편의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먹는 약과 1개월 이상 간격으로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 1회 주사제의 성능 개선이 잘 되지 않고 있고 비용 부담도 커, 투여 간격을 늘리거나 주사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주 1회 주사제, 성능 개선 정체됐다… 높은 비용도 부담"
2일 신한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사 간 비만 치료제의 투약 편의성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월 1회 맞는 주사와 경구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초기에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해 체중을 빠르게 감량한 후, 먹는 약으로 장기적인 체중 유지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개발 경향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주 1회 주사제의 성능 개선이 더딘 점과, 가격이 비싼 점 등 두 가지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뿐만 아니라,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개발 단계 약물은 모두 체중 감량 효과가 대부분 유사해 성능 개선이 정체됐다고 평가받는다. 이 중 위고비는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면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비용 문제도 크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기존 비급여 가격은 미국 기준 월 1000~1350달러(한화 약 160~200만원) 수준이며, 최근 약값이 떨어진 후에도 월 250~350달러(한화 약 40~50만원)의 고정 지출이 필요하다. 약가가 비교적 저렴한 국내에서도 최근 제약사가 공급가를 인하한 바 있으나, 그럼에도 의료기관에서 붙이는 이익을 포함하면 월 40~50만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하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먹는 약은 동일한 주성분 원료로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달성할 수 있고, 위장관 부작용에 따른 투약 중단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적은 양의 원료와 낮은 생산 단가를 통해 대량 생산이 쉬운 만큼 약가 인하 문제에 대응하기도 유리하다. 이에 주 1회 주사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 엄민용 애널리스트는 "후발주자인 화이자,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베링거 인겔하임 등 기업은 경구제나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의 제형 변경에서 답을 찾고 있다"며 "수년간 투약이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는 같은 비용을 내더라도 약을 덜 맞거나, 더 편하게 투약하고 싶은 수요가 존재할 것이다"고 밝혔다.


◇"암젠 주사제 '마리타이드', 화이자·멧세라 먹는 약에 주목"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노보 노디스크·일라이 릴리보다 후발주자들이 우위에 있다. 현재 장기지속형 주사에서 가장 개발이 앞서 있는 신약은 암젠의 '마리타이드'다. 마리타이드는 GIP(위 억제 펩타이드) 항체에 GLP-1 펩타이드를 부착한 '항체-펩타이드 접합체(APC)' 형태의 약물이다. GIP 항체가 반감기(약물이 몸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길기 때문에 1~2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로 개발 중이다. 임상 2상에서 체중이 최대 20%가 감소하는 등 효능을 입증했고 최근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끝냈으나, 부작용 관리를 위해 점진적으로 용량을 늘리고 최고 적정 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상 1상 시험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그 뒤를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가 잇고 있다. 카무루스는 장기지속형 주사 개발 플랫폼 '플루이드크리스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지난 6월 일라이 릴리와 장기지속형 주사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카무루스는 위고비의 주성분을 개량해 반감기를 늘린 '세마글루티드 1개월 제형'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임상 1상에서 3개월 체중 감량 효과가 9.3%로 위고비(4.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화이자는 최근 멧세라 인수를 통해 장기지속형 주사 약물을 확보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장기지속형 주사에 대한 개발 수요가 높으나 아직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장기지속형 주사로 개발을 시도했던 아밀린 유사체 'AZD6234'가 임상 1상에서 체중 감량 효능을 입증했지만, 오히려 주 1회 주사제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면 경구제는 아직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대비 효능이 높음을 입증한 약물이 아직 없다. 노보 노디스크는 먹는 위고비가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예정이며, 일라이 릴리는 '올포글리프론'의 FDA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약 50개의 후발주자들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나, 현재 결과가 나온 많은 약물들이 올포글리프론과 효능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부작용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유망한 약물로는 화이자의 'MET-097o'와 'MET-224o'가 있다. 두 약물 모두 지난달 멧세라 인수를 통해 확보한 약물이다. 두 약은 복용한 약물 용량 중 전신 혈류에 도달하는 비율(생체이용률)이 5% 수준으로 높아 용량을 더 늘리지 않고도 개발이 가능하다. 이에 부작용 우려를 낮추고,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른 약과 달리 식사 여부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엄민용 애널리스트는 "아직 시장을 뒤엎을 획기적 약물은 나오지 않았다"며 화이자가 합류한 멧세라의 경구제가 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