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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정호 교수./사진=오상훈 기자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신생아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장애 진행을 막을 수 있어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지난 2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신생아 선별검사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가성결핍’ 관리 공백 등 새로운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특정 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대사되지 않은 전구물질이 뇌·심장·간·신장 등 주요 장기에 축적되면 발달 장애부터 심할 경우 영아 돌연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시작할수록 장애 진행을 막을 수 있어, 선별검사의 중요성이 크다.

대만 맥케이기념병원 샹 위린(Hsiang Yu-Lin) 교수는 지난 10년간 대만이 신생아 대상 MPS(뮤코다당증) 선별검사를 시행한 성과를 소개했다. 대만은 MPS 1형, 2형, 4형, 6형을 국가 선별검사 항목에 포함한 이후 환아의 평균 진단 연령을 4.3세에서 0.2세로 단축했다.

샹 위린 교수는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에 접근하면 생존율은 물론 삶의 질까지 크게 개선된다”며 “특히 효소대체요법이나 조혈모세포이식 같은 치료는 생후 2.5세 이전에 시작할 때 지능 보존 효과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이 원격 선별검사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까지 3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고도 소개했다.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는 1997년 처음 도입될 당시 두 가지 질환만 급여 적용을 받았으나 현재는 50여 개 질환을 무료로 검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리소좀축적질환(LSD) 6종이 추가되는 등 급여 확대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검사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현장에서는 새로운 고민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가성결핍(pseudodeficiency)’ 환자에 대한 공백이 대표적이다. 가성결핍은 검사 결과 효소 활성도가 낮아 ‘양성’처럼 보이지만 실제 질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준희 교수는 “양성 판정 이후 추가 검사가 늦어지면 부모는 아이가 중병일 수 있다는 공포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효소 활성도 검사, 유전자 분석, 바이오마커 검사 등 여러 단계를 조합해 정확도를 높이려 노력하지만, 이는 기관별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가성결핍이 잦은 질환일수록 2차·3차 검사를 국가 차원에서 신속히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정호 교수는 제도 운영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한국 신생아 선별검사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신생아 선별검사 관련 업무가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희귀질환센터, 인구보건복지협회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새로운 질환 도입이나 검사 방식 개선이 필요해도 빠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SMA(척수성 근위축증)처럼 치료제가 이미 존재해 조기 발견이 생명을 좌우하는 질환조차 도입이 지연되는 현실은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환아에게 직접적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측 발표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유능재 사무관은 현재 정부가 전 국민 검사율을 유지하고 환아 가정의 특수조제식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