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소수자 인구가 늘고 있지만, 이들의 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비율은 2021년 4%에서 2023년 7%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 중 300만 명 이상이 성소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들은 사회적 시선과 차별적 경험 탓에 병원 방문 자체를 미루거나 회피한다. 호르몬 요법, 내분비·산부인과 진료, 정신건강 평가 등 여러 전문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는 이를 한 체계 안에서 전담해 관리하는 기관이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 환자를 위한 다학제 기반 진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별과 진료 체계 부재로 제때 치료받기 어려워
성소수자 환자들이 일반 병원을 찾을 때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전문 병원이 없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사회 전반의 폐쇄적 분위기와 의료진의 경험 부족이 겹치면서, 성별정체성과 다른 호칭으로 불리거나 진료와 무관한 질문을 받는 일이 여전히 있다. 성별정체성은 자신의 성별에 대한 개인의 내면적인 인식과 자아의식을 뜻한다. 일부 환자는 상담 과정에서 성적 지향에 관한 질문을 받거나 주민등록증에 적힌 법적 이름으로 반복해 호명되는 일이 있었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정체성과 치료 경험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강화해 병원 방문 자체를 주저하게 만든다.
실제로 2017년 고려대 연구팀은 성별 불일치로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국내 성인 244명을 조사해, 차별을 경험한 이들이 필요한 진료를 회피하거나 지연할 가능성이 일반 인구보다 약 2배 높다고 보고했다.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 김결희 교수는 “성별확정의료를 상담하거나 준비 중인 일부 환자들은 진료 거부나 불필요한 질문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성별확정의료는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성별정체성)에 맞게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원하는 모든 의료적·심리사회적 서비스다.
이러한 차별 경험이 누적되면 실제 신체적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에서도 차별 경험이 많은 환자일수록 산부인과·내과 진료를 회피해 자궁·난소 질환 발견이 지연되고, 결국 응급실로 내원하는 사례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진료 공백이 또 다른 문제 낳아
치료 과정의 단절도 대표적인 문제다. 성별확정의료는 정신건강 평가, 호르몬 조절 치료, 생식·비뇨의학과 수술, 음성 및 심리 재활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병원마다 분절돼 있다. 의료기관이 바뀔 때 “어디까지 치료받았는지”, “부작용은 있었는지” 같은 핵심 정보가 완전히 이어지지 않아 전 진료 과정을 환자가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김결희 교수는 “개별 의사의 노력만으로는 전체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며 “여러 과가 함께 계획을 세우는 다학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학제 치료 기반의 필요성은 실제 환자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김결희 교수는 “해외에서 성별확정수술을 받은 뒤 한국에서는 사후 관리를 받을 곳이 없어 문제를 수십 년간 방치한 노년의 트랜스젠더 환자가 있었다”며 “내원 당시에는 피부 조직 변화, 배뇨 기능 이상, 호르몬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나 한 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비뇨의학과·내분비내과가 함께 진료 계획을 세운 뒤에야 치료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진료 공백이 건강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 또 다학제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복원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보고가 있다. 시카고 루리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다양한 성별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학제 클리닉을 운영한 경험을 분석해 정신건강·내분비·음성치료·외과가 함께 개입해야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순서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캐나다·유럽 등 해외에서도 다학제가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시스템과 환경 함께 바뀌어야
그러나 치료 체계만 개선된다고 해서 진료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료 행정과 보험·검사 절차는 여전히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만 운영돼 법적 성별 정정 이전과 이후 모두 의료공백을 만든다. 법적 성별 정정 이전에는 개인의 성별 정체성을 존중 받지 못해 여러 단계에서 반복 확인을 요구 받는 등 의료 접근성에 장애물이 된다. 법적 성별 정정 이후에는 가지고 있는 장기에 대한 검진과 치료가 시스템 밖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김결희 교수는 “기존의 이분법적 법 규정과 의료 행정 시스템은 소수자들을 포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행정 구조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변화 역시 필수다. 성소수자 친화 의료기관이 확대되더라도 사회적 낙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자는 진료 이용 여부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최초 성소수자 다학제 진료 기관인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는 접수 부담을 줄이는 진료 카드, 전자차트(EMR) 내 선호 이름·대명사 기록 기능, 성중립 화장실 설치 등 실제적인 환경 개선을 도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은 변화라도 일관된 진료 경험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며 “교육·시설·제도를 함께 개선해 성소수자 환자도 불편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차별과 진료 체계 부재로 제때 치료받기 어려워
성소수자 환자들이 일반 병원을 찾을 때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전문 병원이 없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사회 전반의 폐쇄적 분위기와 의료진의 경험 부족이 겹치면서, 성별정체성과 다른 호칭으로 불리거나 진료와 무관한 질문을 받는 일이 여전히 있다. 성별정체성은 자신의 성별에 대한 개인의 내면적인 인식과 자아의식을 뜻한다. 일부 환자는 상담 과정에서 성적 지향에 관한 질문을 받거나 주민등록증에 적힌 법적 이름으로 반복해 호명되는 일이 있었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정체성과 치료 경험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강화해 병원 방문 자체를 주저하게 만든다.
실제로 2017년 고려대 연구팀은 성별 불일치로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국내 성인 244명을 조사해, 차별을 경험한 이들이 필요한 진료를 회피하거나 지연할 가능성이 일반 인구보다 약 2배 높다고 보고했다.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 김결희 교수는 “성별확정의료를 상담하거나 준비 중인 일부 환자들은 진료 거부나 불필요한 질문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성별확정의료는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성별정체성)에 맞게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원하는 모든 의료적·심리사회적 서비스다.
이러한 차별 경험이 누적되면 실제 신체적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에서도 차별 경험이 많은 환자일수록 산부인과·내과 진료를 회피해 자궁·난소 질환 발견이 지연되고, 결국 응급실로 내원하는 사례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진료 공백이 또 다른 문제 낳아
치료 과정의 단절도 대표적인 문제다. 성별확정의료는 정신건강 평가, 호르몬 조절 치료, 생식·비뇨의학과 수술, 음성 및 심리 재활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국내에서는 이 과정이 병원마다 분절돼 있다. 의료기관이 바뀔 때 “어디까지 치료받았는지”, “부작용은 있었는지” 같은 핵심 정보가 완전히 이어지지 않아 전 진료 과정을 환자가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김결희 교수는 “개별 의사의 노력만으로는 전체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며 “여러 과가 함께 계획을 세우는 다학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학제 치료 기반의 필요성은 실제 환자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김결희 교수는 “해외에서 성별확정수술을 받은 뒤 한국에서는 사후 관리를 받을 곳이 없어 문제를 수십 년간 방치한 노년의 트랜스젠더 환자가 있었다”며 “내원 당시에는 피부 조직 변화, 배뇨 기능 이상, 호르몬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나 한 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비뇨의학과·내분비내과가 함께 진료 계획을 세운 뒤에야 치료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진료 공백이 건강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 또 다학제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복원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보고가 있다. 시카고 루리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다양한 성별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학제 클리닉을 운영한 경험을 분석해 정신건강·내분비·음성치료·외과가 함께 개입해야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순서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캐나다·유럽 등 해외에서도 다학제가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시스템과 환경 함께 바뀌어야
그러나 치료 체계만 개선된다고 해서 진료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료 행정과 보험·검사 절차는 여전히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만 운영돼 법적 성별 정정 이전과 이후 모두 의료공백을 만든다. 법적 성별 정정 이전에는 개인의 성별 정체성을 존중 받지 못해 여러 단계에서 반복 확인을 요구 받는 등 의료 접근성에 장애물이 된다. 법적 성별 정정 이후에는 가지고 있는 장기에 대한 검진과 치료가 시스템 밖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김결희 교수는 “기존의 이분법적 법 규정과 의료 행정 시스템은 소수자들을 포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행정 구조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변화 역시 필수다. 성소수자 친화 의료기관이 확대되더라도 사회적 낙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자는 진료 이용 여부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최초 성소수자 다학제 진료 기관인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는 접수 부담을 줄이는 진료 카드, 전자차트(EMR) 내 선호 이름·대명사 기록 기능, 성중립 화장실 설치 등 실제적인 환경 개선을 도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은 변화라도 일관된 진료 경험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며 “교육·시설·제도를 함께 개선해 성소수자 환자도 불편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