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구이쥔민(57)은 아내 잔원롄(당시 48세)이 2017년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자 그녀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훗날 암 치료법이 개발되면 아내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산둥인펑생명과학연구소와 30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당시 인간 냉동 보존 시험을 진행하며 초기 지원자들에게 무료 시술을 제공했다.
구이쥔민은 아내가 냉동된 뒤 최소 2년은 홀로 지내기로 결심했지만, 2020년 심각한 통풍 발작으로 생명을 위협받은 일을 겪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이틀 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문을 부수고 들어온 친척들에 의해 구조됐다. 구이쥔민은 “혼자 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내가 집에서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구이쥔민의 아내와 같은 ‘냉동인간’이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여전히 ‘영하(sub-zero)’ 수준이다. 영국 카디프대 신경과학자 딘 버넷 박사는 BBC 사이언스 포커스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우려를 표했다. 우리 몸의 상당 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물은 세포와 조직을 유지하는 생명 활동의 핵심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 안에 얼음이 생기면 조직이 심각하게 파괴된다. 동결보호제(cryoprotectants)를 사용하거나 빠르게 얼리면 세포 파괴를 줄일 수 있지만, 동결보호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독성이 높아지고 생화학적 반응이 손상된다. 생명체가 크고 복잡할수록 ‘안전한 냉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 인간의 몸은 결코 완전히 비활성 상태가 될 수 없다. 수많은 생화학 과정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데, 냉동은 이 모든 시스템을 강제로 멈춘다.
많은 냉동인간 신청자들은 뇌나 머리만 보존한다. 미래 의학이 뇌를 깨울 수 있다면, 몸은 새로 만들어 붙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뇌야말로 냉동·해동 과정에 가장 취약한 기관이다. 뇌는 생존만으로도 체내 에너지의 4분의 1을 소모한다. 뇌의 혈류가 몇 분만 끊겨도 뇌졸중이 발생하는 이유다. 뇌세포(뉴런)는 구조가 정교하고 손상에 극도로 약하며, 손상 후 회복 능력도 거의 없다. 특히 기억과 정체성을 담는 것은 뉴런의 ‘수’가 아니라, 조 단위 연결망이 이루는 섬세한 구조다. 이 연결망은 냉동 과정에서 쉽게 파괴될 수 있다.
미래 기술이 이 연결을 다시 복원할 수 있더라도, 의사가 원래의 뉴런 위치와 연결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냉동 전에 분자 수준 뇌 스캔을 하지 않는 한, 기억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재만 보고 불타버린 책을 다시 쓰는 것’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