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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ADHD 환자가 자주 하는 말 세 가지를 선정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정신과 의사 뇌부자들' 캡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ADHD 환자가 자주 하는 말 세 가지를 선정했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에는 ‘ADHD가 가장 자주 하는 말 TOP3’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 영상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지용, 오동훈, 허규형은 ADHD 환자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ADHD의 특징을 이야기하던 중 허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ADHD이신 분들이 좀 자주 쓰는 말이 한 세 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며 ▲아 맞다 ▲내가 뭘 이야기하려 그랬더라 ▲뭐라고 말했지를 ADHD 환자가 자주 사용하는 말로 꼽았다. 실제로 ADHD 환자의 경우, 단기 기억과 작업 기억 능력이 조금 떨어지거나 주의가 불안정하다 보니 입력 자체가 잘 안되거나 입력이 되더라도 바로 인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위의 말을 자주 사용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위의 말을 자주 한다고 해서 ADHD 환자인 것은 아니다.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ADHD가 아닌 분들에게도 이런 말투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며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ADHD 증상과 단순 건망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증상과, 이를 단순 건망증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먼저, 감정 과잉이 일상화됐다면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다. ADHD 환자는 주의 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뇌 부위의 구조 및 기능에 변화가 발생해 생각이나 행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하나의 해결 방식에 초점화해 생각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경향이 강해 생각의 고리를 끊기 쉽지 않다. 이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ADHD 환자에게는 사고 패턴을 분석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인지행동치료(CBT)’나 감정 과잉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피로감을 낮출 수 있는 사고방식을 학습하는 ‘심리 상담’ 등의 치료가 요구된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등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잊는 일이 잦은 경우에도 ADHD를 의심해 보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기억하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일시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장애 증상을 건망증이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만성화된 건망증을 경험했다면 ADHD가 의심된다. ADHD 환자의 경우 도파민이 뇌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금방 재흡수돼 어떠한 일이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기억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ADHD 환자라면 도파민의 재흡수를 방지하는 약물(메틸페니데이트, 콘서타 등)을 복용하거나 메모를 습관화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압도감을 느껴 일의 시작 자체를 유예하는 일이 많은 사람 역시 ADHD를 의심해 본다. 평소 간단한 일에도 자주 압도감을 느껴 미루기 일쑤라면 게으른 성향 때문이 아니라 ADHD 때문일 수 있다. 압도감은 ADHD 환자가 작업을 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무기력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는 상태인 ‘ADHD 마비’와도 관련 깊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만, 뇌의 실행 기능이 약해지거나 뇌가 과부하 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느끼는 ADHD 환자의 경우 달력이나 체크리스트 등의 시각적 도구를 통해 하는 일을 구체화하거나 완벽주의 성향을 극복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눈앞의 일에 과하게 몰입하는 것도 ADHD 의심 증상 중 하나다. 집중력이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몰입하는 상태를 말하는 과몰입은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을 겪는 ADHD 환자가 보이는 대표 증상이다. 과몰입은 지적 능력이나 성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몰입하는 대상 외 일상생활을 소화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특정 행동에 과몰입하는 상태가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과몰입하는 일이 잦은 ADHD 환자라면 명상이나 타이머 활용, 자기 인지 훈련 등을 통해 몰입 정도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위의 증상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경우 ADHD 환자일 가능성이 작다. 이와 관련해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갑자기 나타난 과잉 사고, 건망증 등은 ADHD 증상이 아니라 스트레스, 노화, 적응 장애 등이 원인일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과 시기에 반복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난 증상이 ADHD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배승민 교수의 말처럼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기억하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일시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가 심한 상태인 '건망증'은 ADHD 환자가 아니더라도 노화나 집중력 저하, 불안,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ADHD 증상과 단순 건망증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난 ▲시기 ▲양상 ▲빈도 등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