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헬스·운동 커뮤니티에서는 근력 향상과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크레아틴 보충제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운동 없이 크레아틴만 먹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장-뇌 연구소 트리샤 파스리차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크레아틴 보충제 섭취를 고민하기 전, 주 2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해야 효과 발휘되는 ‘에너지 보조 성분’
크레아틴은 운동 중 근육의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크레아틴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비필수 아미노산 유사 영양소로, 근육과 장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ATP(아데노신 삼인산)’ 생성에 관여한다. 보충제 형태로는 분말·젤리·캡슐 등이 있으며, 육류와 해산물에 풍부하지만 식물성 식품에는 거의 없다.
이 성분은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도록 도와 운동 수행 능력을 높이지만, 저항성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이러한 생리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운동 없이 크레아틴만 섭취하면, 체력이나 근력 향상에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근력·운동능력 향상 효과는 입증
크레아틴의 근력 향상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파스리차 박사는 “수십 건의 임상시험 메타분석 결과, 크레아틴의 근력 향상 효과는 남성과 50세 미만 성인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저항성 운동과 함께 크레아틴을 섭취한 젊은 성인은 운동만 한 그룹보다 벤치프레스·체스트프레스 근력이 평균 약 1.8㎏(4파운드) 더 증가했다. 그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근육량 감소 위험이 큰 사람에게는 이런 작은 향상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크레아틴은 짧은 운동 구간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내도록 돕는다. 파스리차 박사는 “한 연구에서 크레아틴을 섭취한 여성 운동선수들은 단기간 운동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크레아틴이 순간적인 에너지 공급을 강화해, 운동 집중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년층에서도 저항성 운동과 병행할 경우, 팔로 의자를 집지 않고 다리로만 일어나거나 일정 시간 동안 반복 동작을 수행하는 등 기능 운동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골밀도·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아직 불확실
일부에서는 크레아틴이 골밀도 향상이나 골절 위험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는 이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2년간의 장기 연구에서 크레아틴은 걷기 속도를 높이고 골 구조를 개선했으나, 골밀도는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근육량과 기능 향상 측면에서는 비교적 효과적인 보충제지만,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인지 기능 개선 효과 역시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2013년 노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에서는 크레아틴이 인지 기능이나 우울증 개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일부 관찰 연구에서는 노년층이 크레아틴 섭취로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파스리차 박사는 “아직은 결과가 엇갈린 상태며, 크레아틴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 3~5g이면 충분… 복용 전 ‘콩팥 건강’ 확인해야
파스리차 박사는 “크레아틴을 복용하기 전에는 콩팥 질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례 연구에서는 기존 콩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손상 위험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3g만으로도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성(특히 폐경기 이후)은 5~10g이 적절하다. 단기간에 근육 내 크레아틴 저장량을 늘리고 싶다면, 1주일간 하루 약 20g(4~5g씩 나누어 복용)의 ‘로딩 단계’를 거치면 된다. 이후에는 3~5g 섭취를 유지한다. 로딩 단계 없이 매일 3~5g을 꾸준히 섭취해도, 약 한 달 뒤에는 로딩 단계를 거친 사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