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_제일정형외과병원 척추센터

근육 줄면 척추 축 무너져… 허리 통증 반복
근력 운동 필수, 단백질 충분히 섭취해야
'척추관협착증', 초기 약물·물리 치료 가능
신경 압박 심하면 '신경 성형술·감압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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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병원 척추센터 강태욱 원장이 척추모형으로 척추관협착증의 발병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나이가 들어도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당당히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허리가 점점 굽어지는 사람도 있다. 허리가 굽으면 단순히 자세가 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걷거나 앉을 때 통증이 반복되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노화로 인한 근력 저하를 막고, 조기에 척추 질환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척추센터 강태욱 원장은 "허리가 굽는 원인은 근육감소와 척추관협착증 등 크게 두 가지"라며 "두 요인이 작용하면 척추의 균형이 무너지고 만성 통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 근력 떨어지면 허리 굽어

장년층의 허리가 굽어지고 체형이 변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근육 감소다.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운동 부족이나 영양 불균형이 겹치면 근육이 지방으로 대체되는 '지방 변성'이 나타난다. 이때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허리를 곧게 펴기 어려워지고, 배 쪽에 힘이 없어 척추 축이 무너지며 몸의 중심축이 앞으로 기울게 된다. 허리가 굽는 자세가 습관화되는 것이다.

강태욱 원장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기 힘들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균형이 불안정해지고 장시간 서 있거나 걷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근육이 약화된 신호"라며 "척추 주변 근육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면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이 분산되지 않아 허리 통증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근육 감소를 막으려면 규칙적인 근력 운동이 필수다. 특히 척추를 지탱하는 주요 근육인 척추 기립근과 요근, 엉덩이 근육인 둔근과 대둔근, 허벅지 근육인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운동으로 스쿼트, 브릿지, 플랭크 등이 있다. 운동이 부담스러운 노년층이라면, 누워서 양 무릎을 세운 뒤 골반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브릿지 동작'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근력 운동과 함께 유산소 운동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장년층에서 관절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심폐 기능과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되는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근육 유지와 회복을 위해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달걀, 두부, 생선, 살코기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필요하면 단백질 합성을 돕는 L-류신 아미노산 등을 추가로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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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의 허리 근육(위)과 근육의 지방화가 일어난 허리 근육(아래) MRI 사진.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꼬부랑병'이라 불리는 척추관협착증

노년기에 허리가 굽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속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근을 압박해 통증과 저림, 근력 저하 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2020년 165만9452명에서 2024년 185만6224명으로 11%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장년층이 이 질환으로 병원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허리가 묵직하거나 뻐근한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하면 엉덩이·허벅지·종아리까지 이어지는 '하지방사통'이나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 쉬어야 하는 '간헐적 파행'으로 발전한다. 심한 경우 '내 살 같지 않다'고 표현하는 감각 이상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근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허리를 굽히면 좁아져 있던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신경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척추관협착증이 '꼬부랑병'이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신경성형술, 고령층도 안전하게 치료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약물치료·물리치료·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통증과 염증을 완화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신경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시술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엔 절개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신경성형술'과 같은 시술을 통해 절개 없이 치료 후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강태욱 원장은 "신경성형술은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특수 카테터를 삽입한 뒤, 유착된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완화하고 신경의 유착을 풀어주는 방법"이라며 "절개가 필요 없고 신체 부담이 적어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행장애가 심하거나 신경 마비, 근력저하가 진행된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수술은 두꺼워진 인대나 뼈를 제거해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넓히는 감압술 등을 고려한다.

올바른 자세와 생활습관이 재발 막아

척추 질환은 일상 습관과 밀접하다. 치료 후 통증이 경감돼도 재발 방지를 위해 꾸준히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장시간 서 있거나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는 자세는 척추관을 더 좁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갑자기 비트는 동작 또한 척추에 부담을 줄 위험이 있다.

척추 질환을 예방하려면 일상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의자에 앉을 때는 등을 등받이에 밀착시켜야 한다. 오래 앉아 있을 경우 1시간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복부·등·엉덩이 근력 강화 운동을 통해 척추를 지탱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강태욱 원장은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되, 2주 이상 허리에 불편감이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