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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승인될 경우 경구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하는 한편, 비만 치료제의 전반적인 약가 인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중 신청 예정… ‘우선심사 대상’ 추가 포함 가능성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올해 4분기 이내에 오포글리프론 허가 신청서를 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는 오포글리프론이 FDA 신속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6일 FDA가 발표한 '국가우선바우처(CNPV)'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FDA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추가 수혜 기업·약물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오포글리프론이 추가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우선바우처 제도는 FDA가 미국의 건강 이익 증진을 위해 지난 6월 도입한 제도로, 바우처를 받은 약물들은 심사 기간이 기존 10~12개월에서 1~2개월로 짧아진다. FDA가 우선순위 바우처를 부여할 때 고려하는 조건은 ▲혁신성 ▲공중보건 위기 대응 ▲대규모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4가지인데, 오포글리프론은 이 중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제외한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글리프론은 후기 임상 연구 'ATTAIN-1'에서 비만 환자의 체중을 평균 12.4% 감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릴리에 따르면 오포글리프론 출시를 준비하면서 수십억회분의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며,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지난달 텍사스에 65억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일라이 릴리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분기에 오포글리프론에 대한 검토 패키지를 FDA에 제출할 예정이다"며 "향후 FDA가 승인 절차를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먹는 위고비’와 경쟁… 약가 인하에도 영향 미칠 듯
일라이 릴리가 오포글리프론의 승인을 획득할 경우, 비만 치료제 간 경쟁을 통해 전반적인 약가 인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금융기업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오포글리프론의 가격은 월 400달러(한화 약 57만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는 마운자로의 월 약가인 664달러(한화 약 95만원) 대비 저렴한 수준이다.

노보 노디스크와의 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FDA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주성분)를 현재 비만 치료제로 심사 중에 있으며, 심사 결과를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FDA의 승인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먹는 비만 치료제 시장 선점은 노보 노디스크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이나, 제조 난이도 측면에서 오포글리프론이 좀 더 유리해 일라이 릴리가 시장 진입 후 노보 노디스크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운 펩타이드 기반 약물이며, 오포글리프론은 화학 합성의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