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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오른쪽 첫번째)가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암의 특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암을 진단받은 20~39세 환자가 한 해 1만 9천여 명에 달할 만큼 젊은 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국가암등록통계, 2022년 기준). 젊은 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1일 ‘젊은 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젊은 암 환자의 다학제 진료 - 치유와 소통, 맞춤 치료, 자립 강화’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는 의료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15~34세 암 발병률 1위는 대장암, 2위는 유방암이다. 여성의 경우 4위 자궁경부암, 5위 난소암으로 자궁·난소암의 발병률도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이러한 젊은 암 환자들이 건강하게 치료받고 다시 사회로 복귀해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젊은 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젊은 연령층의 다빈도 암인 대장암, 유방암, 자궁·난소암의 특성을 살펴보고 심리·사회적 지원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젊은 나이에 발병한 암은 고령 환자에 비해 암세포가 더욱 공격적일 수 있으며 젊은 암환자들은 대부분 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암 보험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시기인 만큼 치료 이후 학업·취업 등 일상 복귀와 결혼·출산 등 미래 계획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도 겪는다.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불안, 커리어 단절은 사회적 고립까지 이어진다.

‘젊은 암 환자 특성 이해하기’를 주제로 진행된 심포지엄 첫 번째 세션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가 ‘젊은 유방암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은 45세 미만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34.8%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정은 교수는 ‘젊은 대장암 환자의 조기 발병’을 주제로 강연했다. 2008~2012년 기준 20~49세에 발생한 젊은 대장암의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이 12.9명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주현 교수는 ‘젊은 여성 부인암’을 주제로 발표했다. 국가 암 검진 확대와 HPV 백신 접종이 대중화되면서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발병은 꾸준히 증가해 관심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세션인 ‘젊은 암 생존자와 정책적 지원’에서는 ▲가임력 보존과 임신의 안전성(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주희 교수) ▲​청년 암 생존자의 정신건강(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 ▲​장기 합병증과 건강관리의 중요성(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유선 교수)을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가임력 보존 시술의 국가 지원 확대 방안(보건복지부 강예나 사무관) ▲​성 기능 저하 및 심리적 위축 등 성 건강 문제(서울아산병원 유선영 산부인과 전문간호사) 등에 대한 강연도 이어졌다.

서울아산병원 암교육정보센터 김희정 책임교수(유방외과 교수)는 “젊은 암 환자들이 치료를 넘어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학업·복직·결혼·임신 등 삶의 다양한 문제를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젊은 암 환자들이 조금 더 나은 치료와 치료 이후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진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젊은 암 환자들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확립하고, 같은 투병 경험을 가진 또래 암환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MY HOPE’ 운동 크루를 모집했다. MY HOPE 크루는 의료, 심리, 사회, 운동, 영양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청년 암 생존자 통합지원 프로그램이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MY HOPE 운동 크루로 선정된 암 환자와 암 환자의 가족, 친구 등을 위한 크루 창단식도 진행됐다. MY HOPE 크루는 창단식을 시작으로 내년 4월 말까지 총 6개월간 활동한다. 활동기간 동안 월 2회 이상 정기적인 크루 활동을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달리기, 등산 등 활동 내용을 SNS에 공유함으로써 암 환자들과 소통하고 젊은 암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설 예정이다.

▲​항암 치료 중이라도 함께라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숲길헌터스(숲길을 걸으며 건강과 친목을 도모하는 사냥꾼)’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함께 슬퍼해주고 운동해준 고마운 인연들과 더욱 건강해지고 싶다는 ‘암시롱롱런(암 싫지만 다 괜찮다! 오래 살자)’ ▲​등산으로 몸 회복뿐 아니라 마음의 회복까지 이어지도록 서로의 존재가 희망의 증거가 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걸어봄크루(걸으며 다시 봄을 맞이한다)’ 등 다양한 뜻과 다짐을 가진 크루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MY HOPE 크루원들과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암 관리법이나 앞으로의 운동 계획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으며 이후 의료진과 크루원이 함께 걷고 달리는 행사도 이어졌다.

서울아산병원 송시열 암병원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MY HOPE 프로그램은 젊은 암 생존자들의 ‘치료 이후의 삶’을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의 의지를 담은 새로운 도약"이라며 "최상의 치료에 더해 ‘삶의 복귀와 회복’까지 고민하며 치료를 마친 젊은 암 환자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