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인터뷰
‘간암 명의’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천호종 교수·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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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왼쪽)와 영상의학과 천호종 교수(오른쪽)./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2023년 한국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약 1만여 명이 간암으로 사망했다. 전체 암 사망 원인의 약 12%를 차지해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간암. 최근 간암 치료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간암의 전통적인 치료법 중 하나인 ‘간동맥 화학주입술(HAIC)’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간으로 향하는 동맥에 항암제를 직접 주입해 암 조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특히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낮거나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간암 환자의 2차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당 시술의 명의로 손꼽히는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천호종 교수와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를 만나, 간암 치료의 현주소와 간동맥 화학주입술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다.

-간암은 왜 조기 발견이 어려운가?
성필수 교수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추적 관찰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간은 재생력이 강해 손상이 진행돼도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부 팽만감, 피로감, 체중 감소, 황달 등이 나타날 땐 이미 간 기능이 악화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간암은 어떤 원인으로 생기나?
성 교수 “간암 원인을 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이다. B형 간염에 걸리면 정상인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50~100배 높다. 국내 간암 환자의 약 60%는 B형 간염, 10%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 또한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 발생 확률이 4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지 않던 고령의 지방간 환자들이 거대 간암으로 내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간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성 교수
“조기에 진단된 환자는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 등으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간 기능이 나쁘거나 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면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된다. 진행성 간암은 완치보다는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진행되는데, 환자들이 그 점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현재 간암의 표준 치료법은 무엇인가?
성 교수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는 치료가 1차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로슈의 티센트릭(atezolizumab)과 아바스틴(bevacizumab)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대표적이다. 이전 세대 항암제보다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는 근거가 충분히 확보돼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비 부담이 줄었고, 외래에서 주사로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체 환자의 약 30%만 의미 있는 치료 반응을 보이고, 일부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기존 치료를 보완하거나, 빠른 종양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 어떤 치료 대안이 필요한가?
성 교수 “간동맥 화학주입술(HAIC)이 그중 하나다. 간으로 들어가는 동맥을 통해 항암제를 직접 주입하는 시술로,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암이 있는 부위에 고농도로 전달돼 치료 효과를 높인다. 간 기능이 나쁘거나 전신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1차 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게 2차 치료로 간동맥 화학주입술을 적용했을 때 반응률이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들이 이 시술을 통해 종양이 줄어들고, 일부는 간이식이나 수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간동맥 화학주입술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천호종 교수
“동맥에 미세한 관인 카테터를 삽입한 뒤 위나 십이지장으로 향하는 혈관을 차단해 항암제가 간으로만 가도록 한다. 이후 항암제를 고농도로 주입해 종양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시술 시간은 2시간 내외이며,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전신 부작용이 적어 체력이 약한 환자도 받을 수 있고, 일부는 외래 주사실에서도 가능하다. 이 치료는 영상의학과·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하다. 종양 크기를 줄인 뒤 간이식이나 절제술로 이어질 수 있어,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을 유기적으로 조정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가 중요하다.”

-시술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나?
천 교수 “시술 부위에 일시적인 통증이나 미열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다. 항암제를 간으로만 주입하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은 적은 편이며, 간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사례도 드물다. 다만 환자의 간 기능 상태에 따라 항암제 용량과 주입 속도를 세심히 조절해야 한다.”

-시술 후에는 어떤 관리가 필요한가?
천 교수
“시술 후에는 CT나 MRI로 종양 크기와 혈류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반응 정도를 평가하면서 항암제 농도나 투여 간격을 조정하고, 간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치료 지속의 핵심이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 이후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영양·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간동맥 화학주입술을 꾸준히 시행하는 병원이 많지 않은데,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천 교수
“현재 국내에서 간동맥 화학주입술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는 병원은 손에 꼽는다. 시술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의료진 입장에서 쉽게 익히기 어려운 치료다. 혈관 해부학 구조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항암제를 정확히 주입하는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시술은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에 한계가 있는 환자에게 여전히 중요한 치료 옵션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의료진이 관심을 가지고 이 치료를 이어가길 바란다.”

-간암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성 교수
“간암은 대부분 간염이나 간경변증 같은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이런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이다.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AFP)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면 치료 가능한 단계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행성 간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성 교수
“간암은 치료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병은 아니다. 새로운 치료 옵션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고, 간동맥 화학주입술처럼 기존 치료법이 다시 주목받는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찾는다면 충분히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천 교수 “간암은 ‘초기에만 치료한다’는 병이 아니다. 진행된 환자라도 연속적이고 융합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의 길을 만들 수 있다. 치료 선택은 서두르되, 간 기능을 지켜가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천호종 교수는…
천호종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방사선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자 심뇌혈관병원장으로, 가톨릭의대 전공책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대 의과대학원 방사선과에서 연수를 받았으며, 대한영상의학회·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대한심혈관영상의학회·대한간암학회·대한혈액투석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경동맥 간암 치료 ▲대동맥·말초혈관 인터벤션 ▲혈관영상의학으로, 간동맥 화학주입술과 색전술 등 간암 중재치료 분야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성필수 교수는…
성필수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가톨릭의대 의과학과와 디지털헬스학과에서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소화기학회, 대한간학회, 대한간암학회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간암의 면역·세포 치료 ▲간염·간경변의 원인 규명과 치료다. 기초 연구에서 임상 적용까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간 질환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힘쓰고 있다.